iami59
2020. 3. 29. 00:00
검단산을 오르다가 나무 거의 절반을 타고 오르는 버섯을 봤다. 나무 아래서부터 흰 꽃이
피어난 것처럼 하얗게 수놓고 있었는데, 가지도 아닌 아무데서나 툭툭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가지도 이파리도 꽃도 아니고 곰팡이 비슷한 존재지만, 나무와 어울려 공생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두 줄기로 갈라져 자라고 있는 나무의 한 쪽에서만 왕성하게 자라는 게 신기했는데, 햇빛을 받는
각도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
호프 자런(Hope Jahren)은 『랩걸 Lab Girl』에서 곰팡이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는데, 곰팡이가
나무와 공생 관계를 이루는 걸 혼자서 외롭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걸 간파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흥미로운 추측을 하고 있다. 그녀의 합리적 추정에 따르자면, 이 나무와 버섯의 공생 관계도
서로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것이겠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산을 찾는 나와의 삼각동맹도
성사되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