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mi59 2020. 4. 6. 00:00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요즘은 칼렌다를 거는 집이 많지 않은데, 우리 세대만 해도 집안에 한두 개쯤 걸려 있지 않으면 뭔가 허전해 연말이면 중간 크기라도 구해야 직성이 풀리고 안심이 된다. 식탁과 주방 사이 벽이 No, 1 자리인데, 몇 해 전부터 1865년 허드슨 테일러 선교사가 세운 OMF 선교회에서 보내온 걸 걸어두고 있다. 올해는 중국내지선교회(China Inland Mission)로 출발한 이 선교회의 역사와 모토 등을 수채화풍으로 담아 역사적 의미를 더하고 있다.

 

보기 좋고 고풍스런 격조가 느껴지는 건 좋은데, 한자로 돼 있어 이해하기 쉽지 않아 아랫쪽에 작게 해설을 달아 놓았다. 학교 다닐 때 한자를 배웠지만, 이런 걸 척척 이해할 수준까진 아닌데, 더군다나 4월은 한시처럼 길게 돼 있어 무슨 말인지 궁금했다. 아랫쪽 해설을 보니, 허드슨 테일러(戴德生)의 책에 나오는 유명한 말로, 그가 28세에 여동생 아말리아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이란다:

 

만일 내게 일천 파운드가 있다면 중국이 그것을 전부 다 가져야 한다.

만일 내게 일천 개의 목숨이 있다면 단 하나도 남김없이 중국에게 바칠 것이다.

아니, 중국이 아니라 그리스도이시다.

이같이 귀하신 주님께 우리가 무엇을 한들 너무 과하다고 할 수 있겠나?

 

3월달은 문설주 양편에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몇 번씩은 들어봤음직한 여호와 어쩌고 돼 있는데, 그 밑에 영어로도 작게 병기돼 있어 이해를 돕는다. 왼쪽은 에벤에셀(하나님이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 오른쪽은 여호와 이레(하나님이 준비하신다), 인방엔 여호와 닛시(하나님은 나의 깃발이다)를 써 놓았는데, 요즘 같은 코로나 19 비상시국에선 여호와 라파(하나님이 치료하신다)가 간절해진다.

 

선교회에서 나온 달력이라고 매달 이렇게 진지하고 경건하기만 하면 조금 지루하다. 그래설까, 10월달엔 화사한 중국 음식 그림이 한 상 차려진다. 그렇지, 금강산도, 아니 선교도 식후경이 맞다.^^ 산해진미 고급 음식들은 아니고 백여 년 전 평범한 중국인들이 삼시세끼 먹었던 국수와 훠궈 등과 함께 역시 허드슨 테일러가 했던 유명한 말이 써 있다.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는 하나님의 일에는

절대로 공급하심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