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동네산책

쉽게 쓴 시, 제법 쓴 시

iami59 2020. 5. 29. 00:00

미사뚝방꽃길을 걷다 보면 일정 간격으로 전시된 이 일대 초중고 학생들의 백일장에서 입상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하남시와 검단산, 미사리 등 지역에 기반한 소재로 지은 동시들인데, 제법 잘 쓴 것도 보이고, 대충 쓴 것 같아 킥킥 웃음을 짓게 만드는 시도 간혹 보인다. 똑같은 패턴으로 인쇄해 놓았는데, 이왕이면 아이들의 글씨 그대로 담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5일장을 맞은 장터 풍경을 묘사한 시로, 시장에서 파는 물건들을 떠올리면서 쓴 시 같다. 사과와 귤까진 좋았는데 빵도 사고 아이스크림도 사라는 포스트모던 싯구에서 빵터졌다.^^ 며칠 뒤 함께 걷던 아내에게 이 꼬마 시를 보라고 했더니, 참 쉽게 썼네, 하면서 함께 웃었다. 우리 발걸음과 눈길을 잡아 끌었으니 못 쓴 건 아니다.

 

조금 더 걷는데 아내가 제법 잘 썼다며 발걸음을 멈추고 감상하고 있었다. 주로 직유법을 썼는데, 산과 강과 역사를 미인의 코와 눈과 머리카락에 제대로 비유하고 있었다. 나름 시어를 고르고, 시심을 담느라 애쓴 게 느껴졌다. 은유법은 아직 안 배웠나 했는데, 웬걸, 제목에 활용하고 있었다. 시인의 필(Feel)이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