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동네산행
초록 숲 사이로 보이는 허연 나무들
iami59
2020. 6. 21. 00:00
검단산 곱돌약수터를 지나면 공터 같은 헬기장이 나오는데, 정상을 조망할 수 있다. 저 숲에 들어서면 15분 정도의 헐떡고개가 기다리고 있지만, 정상부를 바라보다 보면 대개는 내친 김에 올라갈 마음을 먹는다. 여기가지 오면 2/3쯤 왔다고 보면 되는데, 올라온 게 아까워서라도 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 같다. 바위가 보이는 부분 바로 왼쪽이 정상인데, 정상에 도달하면 다시 한강 건너편 예봉산이나 운길산 정상의 몇 배는 되는 평평한 공터가 반겨준다.
전에는 여기서 걸음을 멈추지 않고 바로 헐떡고개에 접어들어 반 이상 오르다 정 힘들면 돌계단 어디쯤에서 한두 번 짧게 숨을 고르고선 타박타박 올라 정상을 밟았는데, 요즘은 이 지점에서 쉬면서 둘러보곤 한다. 크게 힘들어서는 아니고, 익숙한 길이니까 조금 패턴을 바꿔 이전과는 조금 다른 템포와 시선을 누리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숲속에 숨어 있는 등산로를 그려가며 정상에 이르는 길을 헤아리다가, 문득 다른 때는 녹색 숲 일색에 그라데이션만 있었는데, 6월 이맘때는 초록 숲 사이로 허연 기운이 서려보이는 게 느껴졌다. 허연 나뭇가지와 이파리들이 제법 넓게 분포돼 있다가 정상에 가까울수록 다시 녹색 숲만 보였다. 생긴 건 아카시 나무처럼 보이지만, 진한 냄새가 안 나는 걸로 볼 때 다른 나무일지도 모르겠다. 이 나무들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한두 번 더 가서 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