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mi59 2020. 7. 2. 00:00

동네 산길을 걷다 보면 재밌는 이름을 가진 바위들이 보인다. 거북이바위, 코끼리바위 등 이름에 끌려 바위 주위를 둘러보지만, 별로 그렇게 생긴 구석이 없어 갸우뚱거리다가 다시 걷곤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떠다 먹는 덕풍골 학유정 약수터 주변 위례둘레길에도 팻말이 있는 바위들이 몇 개 있는데, 이 길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건 말바위다. 근처에 말바위 체력관리장도 있을 정도이다. 


언뜻 드는 생각처럼 말처럼 생겨 그리 부르는 건 아니고, 큰바위란 뜻이라는데, 이 바위 위에서 말하면 마치 에코처럼 퍼져 바위가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설명은 약간 신화적인 아우라를 풍기는 것 같기도 했다. 붙잡고 오르내리도록 앞뒤로 밧줄까지 설치해 놓았는데, 사실 높이도 얼마 안 되고, 바위 폭도 그리 넓진 않아 특별히 필요해 보이진 않았다. 옆으로 돌아가서 보면 갈라진 바위틈 사이로 나무가 자라고 있어 여름이면 바위 위에서 햇볕을 피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뒷쪽은 우거진 나무가 가로막고 있어 내려갈 수 없었는데, 큰 바위 하나가 그보다 작은 바위 몇 개를 위성처럼 거느리고 있어 이 전체를 통틀어 말바위라 부르면 조금 그럴듯하겠다 싶었다. 둘레길을 걷던 이들 가운데 이 바위 이름이 궁금해 나처럼 뒷쪽까지 둘러보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이름에 수긍하는 이들이 또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뭔가 볼거리를 만들려는 이들의 노력이 가상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