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동네산책
풍성하든지 앙상하든지
iami59
2020. 11. 26. 00:00
강변 산책길은 걷는 것 그 자체도 좋지만, 산과 강 그리고 하늘과 한데 어우러지는 풍경이 볼 만해 자주 발길을 잡아 끈다. 꽃 피는 봄이며, 초록이 무성한 여름에 이어 성숙한 풍경을 그리는 가을 그리고 황량해 보이다가 눈이라도 내려주면 멋진 설경까지 사철 가릴 것 없는 멋진 곳이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는 요즘은 이제 막 전성기를 지나 원숙한 붓칠을 보여주는 화가의 마지막 걸작 채색 풍경화를 연출하기도 한다.
억새밭을 배경으로 이웃한 버드나무 두 그루 주위는 흡사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 와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이내 동물이라도 지나갈 것 같은 풍경이다. 무성했던 이파리 중 상당량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줄기에서 가지까지 어떻게 자라왔는지 가늠하게 해 주었다. 이 길엔 이런 나무들이 띄엄띄엄 서 있는데, 이맘때면 고층에 지은 새집이 깃든 나무들도 볼 수 있다.
어떤 나무는 벌써 가지의 모든 이파리들을 떨어뜨렸으면서도 워낙 출중한 생김새로 앙상해 보이지 않아 눈길을 끄는 것도 있다. 정확히 좌우 균형은 아니지만, 거의 좌우 밸런스가 맞아서인지 이파리 하나 없으면서도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이루는 풍경에 지지 않는 품위를 간직하고 있었다. 이런 풍경이 부르는데, 도무지 안 나갈 핑계를 찾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