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동네산책

옥비녀꽃 옥잠화

iami59 2021. 9. 13. 00:00

미사뚝방 산책길에 넓은 잎에 길고 하얀 꽃이 핀 식물을 봤다. 꽃은 꽤 큰 편이고 제법 우아한 게 모양새가 뚜렷했다. 멀리서 보면 학이나 나비가 앉은 것처럼도 보이고, 마치 옛날 여인들이 쪽진 머리에 꽂던 비녀처럼도 보이는 게 왕관을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이렇게 물결 모양의 잎을 가진 식물로는 비비추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건 옥잠화였다. 한자로는 비녀 '잠' 자를 써서 옥비녀꽃을 뜻하는 玉簪花라고 쓰는데, 옛사람들도 이 꽃을 보면 여인들의 옥비녀를 떠올렸던 모양이다(지금은 비녀란 게 존재하지 않아 이런 이름은 정말 낯설기 그지없다).

 

이런 식물은 자세히 뜯어 보면 나름 볼만 하지만, 보통은 넙대대한 잎이며 하얀 꽃이 큰 인상을 주진 않는다. 컬러풀하거나 작고 청초한 꽃이며 잎들을 가진 다채로운 화초들과 독특한 모양새를 가진 식물들에 밀리게 마련이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한 구석을 지키면서 때 되면 피어나 산책객을 맞으니 이 또한 이 꽃의 숙명이려니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