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동네산책

원경과 근경

iami59 2022. 1. 29. 00:00

팔당대교를 바라보며 걷기 시작하는 한강 산책로는 위치로나 자연 환경으로나 어디다 내놔도 손색 없을 명당, 명품, 명코스로 사계절 모두 좋지만, 추위를 뚫고 찾아오는 겨울철 산책객들에겐 보너스를 안겨 준다.

 

억새밭에서 시작해서 눈쌓인 강 언덕에 이어 잔잔한 강물 그리고 강 건너 예봉산 자락과 팔당, 덕소 방면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원경은 고요하고 평화롭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아직 녹지 않은 눈덮인 모래톱까지 조연으로 자칫 심심해 보일 수도 있는 풍경에 포인트가 되어 준다.  

 

원경에서 아이폰 줌을 조금 당기면 시원해 보이던 하늘과 길게 차지하고 있던 산세가 줄어들면서 다소 어정쩡한 풍경이 된다. 대신 요즈음의 진객 고니와 왜가리, 청둥오리가 몰려와 안방인양 차지하면서 노니는 모습이 보인다. 

 

다시 최대한 줌을 당겨 근경이 되면, 주객이 바뀌어 건너편에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아파트 단지들이 우뚝 부각된다. 애시당초 강변과는 안 어울리는 풍경이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익숙한 풍경이 되고 말았다. 이쯤 본 다음엔 다시 걷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