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百味百想
남도의 수도원 밥상
iami59
2023. 2. 20. 00:00
지난주엔 전남 곡성에 있는 소망의 언덕 수도원에서 1박2일 머물며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식사 때마다 풍성한 음식이 나와 입을 즐겁게 해 주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난방비며 식비가 장난이 아닐 텐데, 예상했던 것보다 풍성해서 놀랐다. 고기나 생선을 제외하곤 대체로 자급자족한다는데, 남도라서 그런지 몰라도 하나같이 맛이 좋았다.
가시오가피 장아찌는 새콤한 게 입맛을 돋우웠고, 깊은 맛을 내는 김치와 갓김치 하나만으로도 한 그릇을 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양껏 먹으면 졸음이 올지 몰라 적당히 조절해야 할 정도였다. 집에서 좀 가까웠다면, 매 끼니 취향껏 가져오는 밥상 때문에라도 종종 갔겠다 싶을 정도였다.
아침엔 걸쭉한 죽과 찐계란, 대봉감 반 개, 사과 한 조각(물론 더 가져올 수도 있다^^)에 짠지가 곁들여 나왔다. 거를까 하다가 먹었는데, 안 먹었으면 후회할 뻔 했다. 매끼가 소박하면서도 실속 있는 한 끼였다. 넓은 마당 한 쪽에 가지런히 길게 놓인 장독대가 이 수도원의 식탁을 책임지겠거니 싶었다. 아침식사 후엔 잠깐 뒷산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