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mi59 2023. 3. 8. 00:00

후쿠오카 오호리공원 입구에 그리 비싸지 않은 입장료를 받는 일본정원이 하나 있는데, 아주 오래 됐거나 아주 작거나 아주 고즈넉하지 않아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진 않았다(1월 중순이라는 애매한 계절 풍경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안에 적당한 크기의 바위를 중심으로 모래로 원과 직선 형태를 만들어 놓은 모래정원이 하나 있었다. 

 

얼추 근사하다는 느낌이 들긴 했어도 이런 공간을 부르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사진만 한 장 찍어두었는데, 이런 형태는 교토 은각사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봐 왔고, 모래정원이라고 단순하게 부른다는 것도 알게 됐다. 단순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을 주는 공간인데, 원래는 달빛 아래서 감상하기 위해 만든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꽤 내공이 깃들어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웬만한 비바람엔 잘 흐트러지지 않고, 행여 무너지면 다시 작업하기도 크게 어렵지 않겠고(물론 이리 정교히 다듬는 데는 장인의 눈썰미와 손길이 필요하겠지만), 보는 이들도 다양한 관점으로 감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괜히 이런 공간을 꾸미는 게 아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