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잡동사니

주말 시위 풍경

iami59 2023. 3. 21. 00:00

주말에 오랜만에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시위 현장에 다녀왔다. 윤 대통령의 연이은 굴욕적 친일 발언과 행태를 문제 삼는 시위였다. 뉴스로만 접하다가 현장 분위기가 어떤지 보고 싶어 지하철로 갔다 왔다. 요즘 시청 앞은 광장의 절반 이상을 집회 장소로 모이지 못하게 해 을지로 쪽 연단을 중심으로 길게 모였다.

 

봄기운이 조금씩 풍기는 주말 오후에 만 명 정도로 집계된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인파가 모여 연사들의 연설을 듣고, 구호를 외치고, 나중엔 일본 대사관까지 행진했는데, 30여분간 지켜보면서 대충 분위기를 파악하고 명동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남대문 방향엔 반대 목소리를 내는 집회도 열려, 확성기로 증폭된 소음과 음악이 정신없게 만들었다.    

 

시청에서 남대문 가는 길엔 빨간 글자 현수막들이 걸리고 이런저런 서명을 받고 있었다. 어쩌다가 이완용까지 소환되고, 또 다른 '시일야방성대노' 격문까지 걸리게 됐을까. 뭐가 급해서 어떻게 이리도 쉽게 자존심까지 내던지고 저들의 입장을 헤아려 챙겨주고 알아서 기는 친일 해법을 자초하나 모르겠다.  

 

뭘 하든 ABM(Anything but Moon)인 건 알겠는데, 대일 관계까지 이 정도로 저자세로 나가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명색이 보수 정권이면 경제적 실리를 위해서라도 대중 관계 개선이 더 시급한 국면인데, 누가 디자인하는 건진 몰라도 비상식적인 일들이 거리로 사람들을 나서게 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