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여인초 개엽쇼

iami59 2023. 4. 13. 00:00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던 아내가 옆에서 툭-툭 소리가 난다면서 와 보라고 했다. 바람 소리도 아니고 처음엔 무슨 벌레가 기어다니나 하면서 가만히 들어보니, 옆에 있던 화초에서 새로 나온 잎이 말려있다가 풀어헤치면서 내는 소리였다. 며칠 전 식물 다큐멘터리에서 식물들이 위기 시에 소리를 내는 걸 봤는데, 진짜 식물 소리를 들은 것이다. 

 

우리집에서 가장 큰 잎을 자랑하는 여인초가 중앙 줄기 끝에 삐죽 새 잎을 내더니만 때가 되자 그 커다란 잎을 펼치는 쇼를 시작한 것이다. 자, 이제부터 잎이 펼쳐지니 주목해 달라는 신호였다. 전에도 이런 광경을 안 본 건 아니지만, 식물의 소리까지 들어가며 시간 단위로 그 커다란 잎이 화알짝 펼쳐지는 게 장관이었다. 

 

전날 오후부터 시작한 여인초의 개엽쇼는 하룻밤 지나고 아침이 되면서 완결됐다. 가로가 한 뼘을 훨씬 넘고 세로는 50cm에 이르는 월척이다. 먼저 나와 자라는 잎들에 비해 컬러가 연하고 순했는데, 앞뒷 면의 선명한 가로 세로 무늬는 악어 가죽 같아 보이기도 했다. 완전히 펼쳐지려면 또 며칠 걸릴지도 모르겠다.  

 

여인초는 새로 나온 잎이 달린 줄기에서 다시 새 잎을 낸다고 하니, 언제 새 잎을 맺고 다시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미 있던 잎 다섯 개는 양옆으로 벌어져 있었는데, 새로 난 이 센터백 새 잎이 당분간 식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