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raveling/미국 서부 도시들

누이집에서 첫끼

iami59 2024. 10. 16. 00:00

누나 집에 도착해 짐을 풀고 집구경을 했다. 23년 전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족여행으로 한 주간 머문 적이 있는데, 집 모양이며 뒷뜰이며 동네 풍경이 대체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력이 감퇴하기도 했지만, 디테일에 강한 것도 선택적인 모양이다. 작년에 아내가 며칠 머물고 와선 거의 기억했던 것과는 딴판인데, 덕분에 하나하나가 다 새로웠다.  

 

뒷뜰이 3백평인데, 나무와 꽃을 심고 작은 텃밭도 꾸려 놓았다. 매형 살아계실 땐 트럭도 있었고, 각종 공구들이 가득 찬 작업실도 있었는데, 지금은 누이 혼자 관리하기엔 조금 벅차 보이긴 해도 워낙 부지런한지라 나름대로 이 집과 함께 즐겁게 살아가는 것 같았다. 아파트에 사는 나로서는 도무지 엄두가 안 나는 살림이다. 

 

5년 만에 보는 동생을 위해 압력밥솥에 밥을 앉히고, 소고기 무국을 끓이고, 내게는 바깥 그릴에서 LA 갈비를 굽게 하고, 얼마 전에 잡아왔다는 조개도 삶고, 두어 주 전 퇴직 기념으로 받았다는 로즈와인도 곁들여 늦은 점심 겸 저녁을 함께 먹었다. 자꾸 많이 먹으라고 권하는데, 내가 식성이 좋아 열심히 뜯고 먹긴 했지만, 도착한 날 이 많은 걸 해치우긴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