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지하철 시 두 편

iami59 2025. 1. 24. 00:00

두 주 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다녀오느라 남부터미널역에 가야 해서 5호선으로 강동-오금역에 가서 3호선으로 갈아탔다. 같은 5호선이지만 올림픽공원역까지만 다녀, 두어 역 더 간 오금역은 조금 생소했다. 그러다 보니, 서성거리면서 못 보던 시들에 눈이 가게 됐다. 

 

이모티콘에 관한 시가 첫 구절부터 인상적이었는데, 이모티콘의 특성을 '거두절미'해 '심장만' 보낸 것으로 묘사해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여러 이모티콘들 가운데 하트 표시에 주목한 시인은 다시 '이심전심'이란 네 글자 한자어로 그 특성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고 있었다. 마치 시인이 내게 보내는 듯한 시어로 읽혀졌고, 이모티콘 하나도 심사숙고해 보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9호선 갈아타는 올림픽공원역에서 종종 보는 '호수'에 관한 시는 누구나 떠올릴 법한 시상을 담은 전형적인 묘사로, 볼 때마다 편안하고 평화롭고 고요해지게 만든다. 촌철살인까진 아니어도 이렇게 묘사하기까지 호수를 바라보며 시인이 얼마나 상념에 잠겼었을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냥 대충, 스치듯 봐서는 이런 시어를 구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