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mi59 2023. 9. 9. 00:00

거실 베란다가 서향인 우리집은 은근히 노을 맛집이다. 날이 길었던 한여름부터 가을의 문턱에 있는 요즘까지 저녁 무렵이면 산 너머 하늘을 부드럽게부터 빠알갛게까지 물들이는 노을이 참 볼만 하다. 일출이나 일몰 장면을 보려고 찾아다니는 이들도 많은데, 우린 앉아서 멋진 노을을 누리고 있다. 

 

장엄하기도 한 게 붉은 오로라라 불러도 좋을 정도인데, 이런 풍경을 날 좋은 날 며칠에 한 번씩 누리는 것도, 30년 가까이 이 동네를 떠나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런데 요즘 같은 가을 저녁놀은 아름답지만, 정말 시시각각으로 변해 잠깐 뭐 하다가 보노라면 금세 달라진 풍경이 돼 있곤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매일 또 매순간 다른 게 저녁놀이다. 심지어 없는 날도 많으니, 이런 붉은 노을을 보여 주는 날은 식구들 모두 놓칠세라 스마트폰을 들고 베란다 좋은 곳을 차지하기 바쁘다. 하늘을 차지하고 어디는 채우고 어디는 비우는 식으로 물들이는 방식이나, 같은 붉은색이 시시각각 이리도 다양하고 다채롭게 표현될 수 있다는 걸 실감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