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raveling/Finally Europe
세비야 대성당
iami59
2024. 5. 31. 00:00
세 번째 도시 세비야에서 에어비앤비로 잡은 숙소는 대성당이 1분 거리로 2층(우리로 치면 3층) 테라스에서 바로 보였다. 물론 대성당은 바로 앞에선 시카고 100층 넘는 빌딩들처럼 전모가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넓어서 테라스에서도 정가운데 문 밖엔 안 보였지만, 좌표 삼아 어디든 걸어다닐 수 있어 좋았다.
스페인 여행은 대성당(Catedral)만 찾아다녀도 얼추 될 정도로 도시마다 중심에 자리 잡고 역사와 규묘가 있는데, 문제는 바르셀로나와 그라나다에서 이미 경험해 한계효용이 저감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해박한 가이드의 내부 안내를 받았지만, 너무 크니까 약간 심드렁해져서 대단한 감동이 샘솟진 않았다.
독특한 형상의 콜럼버스 관이 있었고, 파이프 오르간의 위용과 꾸밈새도 대단했지만, 그러려니 하는 기분이었다. 9일차에 접어든 여행은 일주일을 넘으면서 슬슬 피로감이 엄습했고, 어느새 익숙해진 풍경들이 되어 있었다. 다음 여행부턴 7박8일, 맥시멈 9박10일이면 충분하겠다 싶어졌다.
세비야 대성당은 작은 공간도 많고, 미술 작품들도 많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가 계단으로 내려오는 탑, 중정 공간 등 볼 게 많은 곳이었다. 그새 두꺼운 기둥들을 겹쳐 쌓고 아치로 높은 천장을 받치고 있는 고딕 양식도 친숙해졌고, 중세 성당들의 중요한 소통 장치였던 스테인드 글라스만 해도 자그마치 1683년 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