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에는 거의 대부분 중앙역이 있다. 서울역처럼 도시 이름을 붙여 부르기도 하고, 그 도시나 나라와 관련된 인물 이름을 따서 부르기도 하고, 그냥 부르기 편하도록 중앙역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대개 도시 중심에 있고 규모가 제법 된다.
미국 3대 도시 중 하나인 시카고도 중앙역이 있는데, 유니온 역(Union Station)으로 부르고 있었다. 전체 외관은 미처 찍지 못해 아쉽지만 출입구가 사방으로 나 있는 고풍스럽고 웅장한 건물이었다.
계단을 통해 지하 로비로 내려가면 높고 큰 홀이 나오는데, 천장을 유리로 만들어 빛이 잘 들어왔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어서인지 거의 축구장 반만한 크기의 홀에 오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한산했다.
모든 열차 승객은 이리로(To All Trains) 방면에서 사람들이 나오는 걸로 봐 열차가 한 대 도착했나 보다. 시간만 있으면 나도 저리로 가서 가까운 시간대의 표를 한 장 끊어 왕복 서너 시간의 기차여행을 해 보고 싶다.
이 역이 생긴 지 백 년이 넘었다는데, 그 당시부터 있던 계단인진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많이 오르내린 계단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침 저녁으로 분주하게 저 계단을 통해 역으로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했으면 대리석으로 된 단단한 계단이 저리 들어갔을까.
모든 계단이 그런 건 아니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르내린 방향만 깊이 파여 있었다. 미국인들이 우리네보다 크고 무겁긴 하겠지만, 이렇게 계단의 한 쪽이 파일 정도면 아무래도 무게보다는 횟수와 빈도수 때문이리라. 나도 한 번 기념으로 그 부분을 밟고 올라갔다가 내려와 봤다.^^
역에서 나오면 한때 시카고 최고 높이를 자랑하던 시어즈 타워가 보인다. 96년 12월 말에 시카고에서 남쪽으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일리노이 대학에서 열린 어바나 선교대회(Urbana Mission Convention)를 마치고 97년 1월 1일에 시카고 시내를 잠깐 둘러보다가 이 건물 앞에 섰는데, 구름이 중간쯤에서 가리고 있어 제대로 못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 달 전인 7월 3일 주일 오후. 시카고에서 휘튼 가는 기차를 타러 왔는데, 내가 타야 할 서부선(Union Pacific West)은 유니온 역에서 출발하지 않고 두 블럭 떨어진 곳에 있는 오길비 센터(Ogilvie Transportation Center)에서 타야 한다. 이번에도 헷갈렸다. 그래도 시카고의 두 블럭은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휴일이라 오후 기차는 배차 간격이 길어 제일 빠른 게 두 시간 반 뒤에나 있다. 잘 됐다고 해야 할까, 어쩔 수 없다고 해야 하나. 휘튼은 저녁식사 전에만 들어가면 되니 예정에 없던 다운타운 산책이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