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raveling/Wow! Grand Canyon

Episode 4 - Thunderbolt Skillet

iami59 2012. 8. 11. 00:00

3박4일 서부여행에선 아침은 모텔이 제공하는 간단한 콘티넨탈 브렉퍼스트로, 점심은 Subway 같은 데서 산 샌드위치 등으로, 그리고 저녁은 YELP가 추천하는 그 지역의 맛집을 찾아 다녔다. 비교적 평이 좋은 지역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먹는 멕시칸과 스테이크, 컨트리풍 피자가 당연히 맛있고 다양했지만, 아무래도 여행의 피로와 더위에 쫓기던 차라 나답지 않게 속으론 동치미 물냉면 생각만 간절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좋은 컨디션에서 먹었던 셋째날 아침식사였다. 브라이스 캐년과 자이언 캐년 중간쯤에 위치한 유타 주의 카멜 정션(Carmel Junction)에 있는 썬더볼트(Thunderbolt)에서 먹은 스킬렛이 기억에 남는다. 벼락, 뇌우란 뜻의 이름을 지닌 1931년에 오픈했다는 오래된 시골식당이었다.  

 

레스토랑은 넓직하니 여유가 있었는데, 우리처럼 서부여행을 오거나 동네 사람들이 부담없이 찾는 사랑방 같은 분위기였다.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손님들이 많진 않았어도 식사 내내 꾸준히 드나드는 걸로 볼 때 100년 가까이 된 내공이 만만치 않으리란 기대감을 갖게 해 주었다.  

아침 메뉴치고는 꽤 다양한 음식을 내놓았는데, 주종은 오믈렛과 스킬렛이고 팬케이크와 프렌치 토스트 등도 다양한 재료를 써서 식성과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집을 미국에 살면서 경험해 본 사람과 함께 들어가지 않았다면 메뉴 고르는 일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긴 하다. 우리에겐 Shiker님이 계셨다.^^

메뉴판 하단에 대체 불가란 말이 있어 뭔 말이냐고 Shiker님께 물으니, 음식 시킬 때 기호나 취향에 따라 달걀 노른자 빼고 해 달라 등을 요청할 수 있는 식당들이 있는데 여긴 그런 요청을 안 받는단 의미란다. 음~ 그냥 나와 있는 대로, 자기들이 해 주는 대로 먹으란 말이었군,

오믈렛이나 스킬렛엔 바짝 구운 빵과 쨈이 함께 나왔고, $2.25 하는 커피를 하나 시키면 전문점 맛은 안 나도 무한 리필 되는 게 우리같이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감질나지 않아 좋았다. 파스텔 톤의 음식 접시 컬러도 맘에 들었다. 

각자 하나씩 시키면 분명히 남을 것 같아 셋이서 오믈렛 하나와 스킬렛 하나를 시켜 나눠 먹었다. 너댓 개씩 있는 그 분야 메뉴에서 Shiker님의 낙점을 받은 것은 가든 오믈렛과 산타페 스킬렛. 이걸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간단하다. 영수증 버리지 않고 있다가 참고하면 된다. 만약 잘 모르는 내가 시켰다면 그냥 각각 첫 번째 것을 편하게 시키지 않았을까.^^ 
   

오믈렛에 스킬렛까지 셋이서 2인분을 나눠 먹었는데도 예상했던 대로 푸짐했다. 십여 년 전에 코스타에 처음 갔을 때 시카고 시내 호텔에서 하루 잔 다음 근처 식당을 찾아 당시 $8 정도 받던 베이컨과 햄 들어간 오믈렛을 시켰는데, 식성 좋은 나도 아침에 혼자 먹긴 많은 양이 나와 놀랐던 적이 있었는데, 작은 경험이 도움이 됐다. 
 
Shiker님이 권하는 대로 케찹 위에 핫쏘스를 뿌려 먹어봤는데, 의외로 둘의 조합이 괜찮았다. 돌아와서 몇 번 주말 아침에 스킬렛을 만들어 봤다. 썬더볼트에서 먹던 맛은 아니어도 근사치가 나왔다. 벼락같이 배워 써 먹었으니, 이번 여행이 남긴 큰 소득 가운데 하나로 꼽아도 무방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