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raveling/Wow! Grand Canyon

자이언캐년 트레킹6 - Lost & Found

iami59 2012. 8. 18. 00:00

내로우스(Narrows)는 버진 리버(Virgin River)의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펼쳐지는 주위 풍경이 압권인데, 하루 종일 가는 긴 코스도 있고, 우리처럼 왕복 한 시간에서 시간 반 정도로 가볍게 맛만 보고 올 수도 있다. 바닥은 크게 미끄럽진 않지만, 허리춤까지 차오르는 시원한 물에선 잠시라도 긴장을 풀 수 없다.

셔틀 버스 첫 차가 6시에 출발하는데도 두 칸에 제법 사람들이 찰 정도로 일찍부터 자이언 국립공원의 여기저기로 찾아나서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어느 정도 들어간 다음에 돌아나오는데, 반대편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어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미션을 잘 수행했다는 기쁨인지 끝났다는 안도감에서인지 활짝 웃음이 나왔다.


최소한의 짐으로 움직였지만, 가슴께까지 차오르는 물에선 손으로 가방을 들어올려야 했다. 우리팀이 한낮에 여길 왔다면, 그리고 청춘남녀들로 짜였다면 아마 이쯤에서 서로 물속으로 집어던지고 물장난 치고 하면서 깨알같은 시간을 보냈겠지만, 우린 인증샷에 강한 점잖은 어른들.^^ 우아한 포즈로 놀이를 대신했다. 
  

앗! 그런데 갈 땐 몰랐는데, 나오면서 사진 찍으면서 보니까 g가 들고 있는 스틱이 나무로 돼 있다. 오잉~ 분명히 차에서 내리면서 한국에서 이번에 사서 가져온 등산 스틱 두 개를 준 것 같은데, 엉뚱한 걸 짚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니? 네? 내가 셔틀 기다리면서 네게 스틱 주지 않았니? 안 주셨는데요? 

그랜드 캐년에서 하나 떨어뜨리더니, 자이언에선 아예 두 개 한 세트를 어딘가 두고 온 것이다. 우와~ 이번 여행에서 수업료 제법 톡톡히 치르네, 하고 넘어갔다. 어쩌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을. 일단 비지터 센터로 돌아가서 앉았던 벤치에 그냥 있나 가 보고, 없으면 분실물 센터(Lost & Found)로 가 보기로 했다, 실낱 같은 가능성을 안고서.

밧트, 돌아오는 셔틀 버스에서 인상 좋은 기사 양반과 대화를 나누던 Shiker님의 눈이 운전석 뒷 부분 한 곳을 응시하더니, 회심의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었다. 이거 우리 것 같은데, 버스 타는 정류장 벤치에 놓고 와 찾으러 가는 길이라고 하자, 누군가 Lost & Found로 접수해 혹시나 해서 셔틀 버스에 싣고 왔다는 것이다. 우와~ 찾았다!   
 

자이언에선 꼭 산에 오르거나 물속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의 단체관광객들이 하는 것처럼 차를 타고 편하게 구경해도 되고,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앉아서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도 된다. 널 찍어도 되겠냐고 했더니, 흔쾌히 응해 주었다. 조금 시간 여유가 있었더라면 그림을 보면서 말을 섞고 얼마냐고 물어 괜찮으면 하나 사 오는 건데..

아까 들어오면서 봤던 사슴인지 고라니인지 아직 그 근처에 있었다. 외로운 건지, 익숙해진 건지 지나가는 사람들을 개의치 않고 풀을 뜯거나 서성거리는 것 같았다. 최대한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려 애썼기에 녀석도 마음을 놓은 것일 게다. 

이제 3박4일의 짧았지만 긴 여운이 남는 서부 국립공원 여행을 끝마칠 때다. 요세미티 한 번 가야죠, 했던 블로그 대화에서 촉발된 그랜드-브라이스-자이언 캐년 여행이 꿈처럼 눈앞에 펼쳐졌고, 예기치 못했던 기쁨을 그득 안겨주었다. 

계곡 위 암벽 너머로 새벽달이 초초히 비추고 있었다. 내로우스에 뿌리를 내린 키 큰 나무 한 그루가 암벽을 배경으로 동화 같았던 이야기의 끝을 장식해 주었다. 달과 나무가 내게 말해 주었다, 마음이 허허해지면 언제든 다시 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