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5 - 그랜드캐년에선 구름도 이렇게 노누나
7월 8일 그랜드 캐년으로 들어가는 길은 더할 나위 없이 맑고 화창했다. 2천 미터가 넘는 고지대라서 그런지 쾌청한 스카이블루 하늘은 그 자체로도 맑고 높고 넓다랐지만, 흰 구름 몇 덩이가 멈춰선 듯 흐르는 게 도로 양옆에 도열한 고원지대의 나무들과 어울리며 첫 방문을 환영한다는 미소처럼 반겨주었다.
저 앞에 낮게 깔린 큰 구름 하나가 넓은 하늘을 돌아다니는 게 잠시 지루했던지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했다. 그런데 눈이나 귀가 잘 안 보여서 그렇지 자세히 보면 입을 크게 벌리고 꼭 뭔가를 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설마, 하면서도 다음 장면이 궁금해 좀 더 달렸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그랜드 캐년이 한눈에 펼쳐지는 전망대로 걸어가는 동안 이 구름이 진짜로 작은 구름을 삼키려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는 걸 보게 됐다. 처음엔 눈앞에 펼쳐지는 그랜드 캐년 구경에 여념이 없었지만, 장대한 협곡들 위에서 구름이 연출하는 팬 서비스도 일품이었다.
한동안 숨바꼭질하듯 쫓고 쫓기던 구름들이 드디어 어느 순간 하나로 합치더니, 다시 다른 동네로 원정가려는 듯 전열을 정비하고 대형을 갖추고 있었다. 이번엔 마치 점보 여객기라도 되는 양 머리를 들고 날개를 활짝 편 채로 수평선과 닿을 듯 말 듯 교감하면서 출동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그랜드 캐년의 광활하고 장대한 풍경을 구름이 구경하는 건지, 아니면 자기 머리 위에서 에어쑈를 펼치는 구름의 장난끼를 캐년이 넋을 놓고 구경하는 건지 통 구분이 안 된다. 그러다가 불현듯 깨달았다. 지금 여기 서서 둘 다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내가 얼마나 대단한 시공간을 누리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Wow!를 연발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