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8 - 모텔들
Posted 2012. 10. 15.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ow! Grand Canyon올여름 미국서부 국립공원 여행을 하는 동안 잠은 모텔에서 해결했다. 여행 첫날은 하워드 존슨(Howard Johnson)에서, 둘째날은 베스트 웨스턴(Best Western)에서, 셋째날은 윈게이트(Wingate)에서 각각 하루씩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겸험 많은 Shiker님이 몇 달 전에 일정을 짜면서 렌트카와 숙소 예약을 해놓아서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사실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준비는 항공편을 포함해 이동하는 교통편과 숙소 해결인데, 다음날 목표삼은 여행지로 이동하기 편리한 곳에 숙소를 잡는 일은 간단한 듯 하면서도 꽤 신경쓰이는 일 가운데 하나이다. 이동 거리와 비용, 쾌적도 등을 두루 만족시키는 숙소라면 일단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으면서 여행의 질을 높이게 마련이다.
미국은 고속도로나 도로를 달리다 보면 군데군데 마을이 있을만한 곳에 식당과 숙소를 알리는 대형 입간판을 많이 볼 수 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 등 식당 안내 간판이 나오면 곧 이어서 여러 모텔 로고가 새겨진 숙소 안내 간판이 등장해 지치고 처져 있던 여행객들의 기분을 업시켜준다. 이것 하나만 봐도 미국은 여행하기 참 편한 나라다.
내가 미국에 갈 때 이상하게 자주 이용하는 모텔은 슈퍼 8(Super 8)이란 이름부터 약간 저렴한 티가 나는 모텔 체인인데, 별점 2개에서 2개 반 정도 되는 중저가 모텔 중 하나다. 슈퍼 6란 비슷한 이름도 있는데, 이번에도 인디애나폴리스 가기 전에 LA에서 하루를 자야 해서 미국 여행 사이트에서 골라야 했는데, 급이 비슷한 서너 개의 숙소 중 하나를 고르는 옵션을 택했더니 영락없이 슈퍼 8이 배정됐다.
공항에 내려 모텔 프론트와 바로 연결되는 전화를 걸면 셔틀을 보내주는데, 셔틀버스들이 서는 정류장을 찾아 나가면 여러 호텔과 모텔 셔틀 버스나 밴이 일정 간격으로 손님들을 실어 나른다. 그래도 여기 셔틀은 아주 궁색해 보이진 않았다. 무료로 호텔-공항을 왕복하는데, 무거운 캐리어도 실어주고 내려주고 해서 팁문화 사회 미국에선 보통 매번 1불을 건네주면 Thank you, Sir! 소리를 듣는다.^^
LA 공항 근처에 있는 이 모텔은 비행기 이착륙 소리가 나는 것만 빼곤 하룻밤 휴식을 취하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차가 없으니까 어디 밖에 나갈 일도 없어 10시간 넘는 비행기에 앉아 있느라 녹초가 된 몸은 샤워가 끝나면 푹신한 침대로 몸을 날리게 되고, 리모콘으로 미국방송 여기저기 잠깐씩 보다 보면 어느새 저절로 눈이 감겨온다.
그랜드 캐년 가는 날 새벽에 조금 일찍 눈이 떠져 근처를 잠시 산책하면서 보니 이런저런 모텔들이 도로에서 운전하면서도 잘 보이도록 로고 간판 아래 시설 안내를 해 놓았다. 작은 풀장이 있는 곳도 있고, 콘티넨탈식 아침 - 빵과 씨리얼에 커피와 음료 정도 - 을 주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와이파이가 된다는 안내문구가 자기네로 와 달라는 선전이었다. Econo와 Quality, Lodge와 Inn은 거의 동급이라고 보면 된다.^^
브라이스 캐년과 자이언 캐년 중간쯤에 위치한 베스트 웨스턴은 밤에 들어갈 땐 몰랐는데, 아침에 식사하러 옆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면서 보니 작은 골프장을 끼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모텔들만 모여 있는 곳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마지막날에 묵은 윈게이트는 지은 지 얼마 안돼 보여 외관이며 내부 인테리어가 깔끔했고 시설도 가장 좋았다. 윈담(Wyndham) 계열의 중급 호텔로 아침식사도 여느 모텔들과는 달리 제법 풍성하게 제공하는 것 같았는데, 아쉽게도 그 새벽에 다시 자이언 캐년으로 한 시간 차를 몰고 가서 내로우스(Narrows) 물길에 허리까지 몸을 담그고 다시 돌아오자마자 체크아웃하고 라스베가스로 차를 반납하러 달려야 했던 관계로 느긋한 아침을 놓쳤다. 다른 도시를 가더라도 같은 이름의 호텔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선택해 하루 이틀 묵고 싶은 호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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