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시 땅콩 아이스크림
Posted 2013. 9. 2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Joyful Taipei 3년 전 지우펀(九份)에서 구경했던 땅콩 아이스크림을 이번엔 핑시(平溪) 쉬펀(十分)에서 만나 앉은자리에서 두 개를 사 먹었다. 얇은 전병을 밀대로 밀어 동그랗게 편 다음 대패로 깎은 땅콩엿 부스러기들을 가지런히 깔고 아이스크림 두 스쿱을 떠 놓고 다시 땅콩엿 간 것을 얹어서 두어 번 접어주면 손으로 쥐고 먹기 좋은 납작한 모양이 된다.
원래는 상차이(고수, 팍취라고도 하며 coriander, chinese parsley)를 넣어 먹는데, 이 맛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관광객들에겐 넣을지 말지를 묻고, 대부분 빼고 먹는다. 한 개에 35원이고, 세 개를 사면 100원에 주는데, 1,400원이니까 누구나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콘으로 아이스크림 한 스쿱만 먹어도 되는데, 10원(400원)을 받는다.
머리에 화사한 두건을 쓰고 단색 앞치마를 두른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하는 집인데, 남편은 대패로 땅콩엿을 갈고, 부인은 아이스크림을 떠서 모양새 있게 말아 주는 역할을 한다. 부부의 호흡과 정성 때문인지 금세 말아 나오는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물어 먹으면 시원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스타일리시한 부부는 서두르지도 않고 너무 처지지도 않으면서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척척 깎고 펴고 뜨고 펴고 말고를 반복해 자신들의 밥줄이자 분신 격인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러고보면 어쩌면 이런 집의 맛은 재료맛이라기보다는 손맛 같기도 한데, 처음 가 본 핑시에서 기억에 남는 맛집을 알게 됐다(다음에 다시 찾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아이스크림 따로, 땅콩 엿가루 따로 먹어도 좋은 재료들이지만, 이상하게 달착지근한 두 재료가 합해졌는데도 맛은 서로를 보완하는 건지 적당히 달고 차가운 맛이다. 비주얼도 나쁘지 않은데, 말기 전에 검은 깨를 뿌렸나 보다. 작은 노점은 핑시 일대를 왔다 갔다 하는 관광열차가 지나다니는 다리를 배경으로 해서 더 운치가 나는 걸지도 모르겠다.
땅콩 아이스크림 맛에 취해 그땐 몰랐는데, 사진으로 보니 냉동물만두도 파는 모양이다. 한 개에 4원(160원), 55개 들어 있는 한 봉지에 2백원(8천원)이니 이 또한 부담 없는 값인데, 혹시 다음에 가서 - 수학여행 가듯 가니까, 느낌 아니까^^ - 즉석에서 해 주는 거라면 이것도 시켜 먹어봐야겠다. 핑시 맛집 1호로 능히 엄지를 꼽아줄만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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