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 먹는 법
Posted 2014. 3.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가끔 추어탕을 먹는다. 아니, 땡길 때가 있다. 그러면 사무실 옆에 있는 남원추어탕을 찾는다. 중국집 동보성이 바로 붙어 있는 상가 2층에 있는 동네 추어탕집이다. 상호와 품목 사이에 미꾸라지를 그려넣은 엠블렘이 재밌다. 여기서 잠깐, 왜 추어탕집들은 열에 일고여덟은 가게 이름에 남원을, 나머지는 원주를 갖다 쓰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지 널린 게 남원추어탕이다.
업계 평균인 8천원 받는 이 집 추어탕은 김치 3종 세트를 찬으로 내놓는데, 반으로 접은 손바닥만한 겉절이 배추 한 쪽, 커다란 깍두기 무 하나와 갓김치 한 쪽, 그리고 파김치 두세 뿌리다. 김치 맛만으로도 이 집은 어디다 내놔도 손색이 없는데, 두세 명이 가든 혼자 가든 같은 양을 주기 때문에 사실 혼자 먹기엔 조금 많고 잘 수 있지만, 그놈의 맛 때문에 가위로 자른 김치들을 깡그리 먹어주고 빈 접시를 만들기 일쑤다.
뚝배기에 담긴 펄펄 끓는 탕이 나오면 다진 마늘과 잘게 썬 청량고추를 각각 한 숟가락 조금 안 되게 넣고, 들깨 가루 한 숟가락 반과 산초가루 아주 적은 양을 넣운 다음 꽈배기처럼 꽈서 내놓는 소면 한 덩이를 넣고 풀어준 다음 건져 먹기 시작한다. 간혹 소면을 안 주는 집이 있는데, 그까짓 국수값 얼마 한다고, 실수하는 거다.
보통 추어탕집에 가면 탕에 밥을 다 말지 말고 반만 말아 먹은 다음 다시 남은 반 공기를 넣으라고 하는데, 나는 남은 반 공기를 다시 반씩 나눠 총 세 번에 걸쳐 말아 먹는다. 그러니까 1/2을 먼저 넣고 말아 먹은 다음에 1/4씩 두 차례에 걸쳐 같은 방식으로 넣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미꾸라지 간 것 외에 시래기나 버섯, 부추 등을 많이 넣어 걸죽한 추어탕의 특성상 대개 처음 반 공기를 넣을 땐 국물이 있어도, 반쯤 남은 탕에 남은 반 공기를 한꺼번에 넣으면 거의 국물이 없어지면서 떡이 되다시피 하기 때문에 식감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내 식대로 하면 마지막까지 국물을 남게 할 수 있는데, 다년간 경험한 바에 의하면 아무래도 내 방식이 맞는 것 같다.^^
펄펄 끓여 내오는 추어탕은 뜨겁기도 하거니와 탕에 푼 밥알이 마치 어죽처럼 엉기기 때문에 씹어 먹기보다는 연신 땀을 흘리면서 훌훌, 후루루룩 거의 삼키듯 들이키기 쉬운데, 그럴 때도 내 식대로 해서 약간 국물이 남아 있어야 끝까지 맛을 음미하면서 먹기 좋게 된다. 뭐 그렇다는 거지, 먹는 데 철칙이나 왕도는 없는 법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깨끗하게 비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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