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드리죠
Posted 2014. 7. 3.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OSTA USA
휘튼 대학 캠퍼스는 나같은 소소한 블로거들에겐 취재꺼리 천국인데, 시간을 내서 걷기만 해도 이런저런 풍경과 일상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 같은 여름 밤엔 반딧불까지 볼 수 있는 깨끗한 동네인데, 3년만에 왔다고 격하게 환영해 준 친구를 만났다. 다람쥐 두 마리가 별다른 경계 없이 키 큰 나무밑에서 놀고 있다가 눈이 마주쳤다.
다람쥐로는 체구가 조금 크고 길쭉하기까지 한 게 청솔모 닮았는데, 우리네 작은 다람쥐들이 플라이급이라면 얘들은 웰터급이나 미들급 정도는 돼 보였다.^^ 보통은 이들의 이름에도 있듯, 사람과 눈이 마주치거나 작은 소리라도 들릴라치면 다람쥐 같이 잽싸게 내빼는 게 특기인데, 멀리서 온 손님 대접을 해 주려는지 한참을 그대로 서서 포즈를 취해 주었다.
서 있는 걸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는데, 그 중 한 녀석이 뭘 그 정도 갖고 그러냐면서 잠시 기다리라더니 잽싸게 나무 기둥에 오른 다음 쏜살같이 내달리기 시작하다가 급제동, 순간 포착, 포토 타이밍을 선사해 주었다. 나무에 바짝 붙어 달리느라 온 몸을 길게 늘여 제 키를 확인시켜 주었는데, 녀석, 능숙한 게 아무래도 많이 해본 솜씨다.^^ 조금 엉뚱하고 몹쓸 생각이지만, 이쯤 되면 다람쥐 목도리도 멋질 것 같았다. 뜨아~
쇼타임을 끝내려는지, 무대 뒤 그러니까 나무 뒤로 들어가려던 녀석이 서비스라면서 한 가지를 더 보여주었다. 방학을 맞아 한적한 캠퍼스에서 자신들도 적적했는데, 때마침 성원과 갈채에 감사하다며 고개만 삐죽 내밀고선 커튼 콜을 잊지 않았다.^^ 능수능란한 게 녀석은 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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