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과 김교신
Posted 2015. 4. 13.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가끔 오래 전에 사 두고 안 읽던 책들이 문득 눈에 띄어 손에 잡고 읽을 때가 있다. 변명과 궤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왕왕 구입 시점에 읽지 않고 한참 지난 다음에 읽는 게 외려 나은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읽은 <함석헌 평전>(삼인, 2001)이 그랬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른 다음에 읽으면 순발력과 촉은 조금 떨어져도 그 책이 다루는 주제나 이슈, 관점에 대해 조금 여유로워지는 것 같다.
함석헌이 누구인가. 아마도 지금 이삼십대들은 잘 모르겠지만 1901년에 태어나 1989년에 서거한 선생은 20세기 중후반을 풍미한 대단한 사상가, 운동가, 아웃사이더 그리고 퀘이커 교도(Quaker)였다. 일제 땐 김교신 선생과 <성서조선>을 만들고, 5, 60년대엔 <사상계>의 주요 필자로, 70년대엔 자신이 만든 <씨알의 소리>로 필명을 날리면서 씨알들을 이끈 대단한 어른이었다(이 저항적 잡지들은 각각 그 시대를 이끌었다) .
이 책은 그에 대한 본격적인 평전으로 처음 나온 책인 동시에 그의 삶과 사상을 다룬 최초의 박사학위 논문이기도 하다. 선생을 따르던 후학이자 퀘이커 교도인 김성수 선생이 1998년에 영국 쉐필드대학에서 영어로 쓴 논문을 저자가 직접 번역, 보완해 함 선생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그가 살았던 20세기 전후반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를 주고 있다. 선생의 저작을 읽기 전에 입문서로 적당했다.
선생의 저작은 한길사에서 1988년에 20권으로, 2009년엔 30권이 전집으로 나와 있을 정도로 방대한데(함석헌 저작집 세트, 전30권), 대표작은 <성서조선>에 연재한 것을 묶은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1950)이다. 1961년에 <뜻으로 본 한국역사>란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왔고, 지금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건 전집 마지막권과 2003년 한길사판 단행본이다.
이 책을 읽은 김에 마침 선생과 같은 해에 태어나고 무교회주의자 우치무라 간조(內村鑑三, 1861-1930) 문하에서 함께 배우고 영향을 주고 받았던 김교신 선생(1901-1945) 서거 70주년을 맞아 청어람이 하고 있는 기념 강연(ichungeoram.com/8648)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안방 책꽂이 한켠에 눕혀 둔 전집 가운데 몇 부분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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