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 참숯황토장어
Posted 2015. 6. 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지난 달 여수에 갔을 때 둘만 장어 맛나게 먹은 게 미안해 어머니와 아이들에게 장어 한 번 사야겠다 싶었는데, 장어 식당들이 잘하는 집들은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2인분에 7만원을 호가하는데, 한끼 외식에 15-20만원은 조금 과하지 싶어 차일피일하다가 팔당대교 건너 강변에 있는 괜찮은 집을 알게 됐다.
2인분 기준으로 가격을 매겨 놓았는데, 대 자 3마리에 3만원 가격이 솔깃했지만, 그램 수로 보면 4만4천원 받는 특대 2마리가 괜찮을 거라길래 일단 4인분과 장어탕 하나를 시켰다. 구리에도 있다는 이 집은 바로 한강으로 통해 강변 산책로 풍경이 시원한 게 볼만 했는데, 건너편 우리동네 하남시 위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잘 손질된 장어가 달궈진 숯불 위 석쇠에 얹혀졌다. 손님이 직접 굽는 테이블도 있지만, 우린 안전하게 주인의 서비스를 받았다. 다른 테이블을 왔다갔다 하면서 시간 맞춰 두어 번을 뒤집어 주었는데, 장어는 충분히 구워야 맛이 좋다면서 이제나 저제나 하며 침 흘리는 우리에게 인내를 요구했다.^^
어느 정도 구워지자 가위와 집게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는데, 그 속도가 전광석화 같았다. 줄맞추고 열맞춰 일렬로 세워 옆면까지 구워준 다음부턴 우리가 했는데, 고기 구울 때처럼 적당히 벌려 놓고 잘 구워진 것부터 사이드로 밀어가며 한 점씩 집어 먹었다.
깻잎이나 씻은 묵은지에 미나리 무침을 얹어 싸 먹기도 하고, 상추에 싸기도 하고, 간만의 장어 구이에 모두들 몰입하고 열중할 수밖에 없었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석쇠 위의 재고가 줄어 들었다.
여수에서 먹은 장어탕과는 달리 이집 장어탕은 거의 추어탕 분위기다. 어지간히 끓이고 고았는지 구수한 게 입맛을 당겨 하나 더 추가해 나눠 먹었다. 김치칼국수 맛도 궁금해 하나 시켰더니 손잡이 달린 양은 냄비에 팔팔 끓여 나왔다. 집에서 끓이면 낼 수 없는 걸쭉한 맛에 조금씩 나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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