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마리한화
Posted 2015. 9. 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팀당 20경기씩 남기고 이글스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로저스의 영입으로 반짝
상승세를 보였지만, 고질적인 투수력 약세로 자칫 하위권 추락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주말 두 경기는 건졌지만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많은데, 그나마 와일드 카드 진출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넘어 이전투구, 악전고투 중인 중위권 팀들의 동반 하락으로
간신히 5-6위를 왔다갔다 하며 턱걸이하는 신세가 됐다.
올해 KBO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하던 이글스가 이렇게 주춤하면서 부진에 빠지자
여론의 뭇매는 김성근 감독의 투수 운용을 대놓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100이닝을 넘기거나
곧 넘길 구원 투수진(권혁, 박정진)의 무리한 활용법에 대한 비난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역전의 노장들이긴 해도 무쇠팔도 아닌데 한계를 진작부터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팀 사정 운운하며 변화의 기미를 안 보이는 건 옹고집에 다름 아닐지 모른다.
내 생각엔 구원 투수진 운용보다 선발 투수진 운용을 먼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기본적으로 선발 투수가 얻어 맞더라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5회까지, 아니 최소한
3회는 유지하는 게 전체적인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배영수 같은 경우는 잘 던지다가
얻어 맞으면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급속하게 흔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현역 최다승의
짬밥이면 구위를 떠나 씩 웃어 넘기는 포커 페이스부터 연습하고 나와야 할 것 같다.
슬슬 암울한 기운이 비치는 가운데서도 위안이 되는 건, 그래도 예년처럼 일방적으로
나가떨어지는 게 아니라 한두 점 차의 역전패가 많다는 점이다. 당연히 이기면 좋겠지만,
승패는 병가지상사이고, 지금의 전력에선 그래도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감독의
용병술, 선수의 파이팅과 기량 발휘, 상대팀의 컨디션 등이 계산한대로 착착 맞아 떨어지면
누가 못 이기겠는가. 중계를 지켜보는 내내 속은 터지지만, 어쩌겠는가.
한 가지 더, 막판에 기어코 와일드 카드를 거머쥐는 성적을 거두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고,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투혼을 불살라주길 응원하지만, 작년까지 바닥을
기던 성적에 비하면 올해는 이만하면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눈높이를 살짝 낮추는 것도
현실적인 출구대책이 아닐까 싶다. 5위를 지켜야 한다면서 아등바등하다가 못 미치면
피차 혈압만 오를지 모른다. 때론 실망하고 욕하면서도 다시 한 번 마리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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