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여행2-옥야식당 선지해장국
Posted 2015. 12. 1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안동엔 중앙시장이 둘 있는데, 안동역 부근의 구시장엔 찜닭골목이 있고, 10여분 떨어진 옥야동에 신시장이 있다. 신시장 안쪽에 옥야식당이란 50년 전통의 선지국밥집이 있는데, 안동엘 가면서 다른 덴 못 가도 이 집만은 가야지 하는 맘으로 둘째날 브런치를 하러 찾아갔다. 시장 골목은 깨끗했지만 간고등어, 문어는 물론이고 돼지머리, 개고기도 진열돼 있어 시장통 분위기 제대로 나는 동네다. 식당 문앞에 커다란 솥단지 몇 개가 펄펄 끓고 있었다.
메뉴는 선지국밥 하나인데, 시골 시장에서 8천원이면 조금 쎄단 느낌이 든다. 도대체 어떤 맛이길래 이 가격을 받나 싶은데, 먼저 반찬 세 가지가 다진 마늘과 함께 차려진다. 풍산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간장고추가 나오는데, 셋 다 맛있다.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간장고추>김치>깍두기 순으로 맛있었다. 국밥이 나오기 전에 하나씩 맛을 봤는데, 음~ 이 정도면 국밥도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바로 선지국밥이 나왔다. 강헌의 <걸신>에선 선지해장국이라 부르면서 극찬했는데, 과연 맛이 어떨지. 이름과는 달리 선지는 덩어리 하나만 들어 있고, 국물맛은 고추기름 안 넣고 잘 끓인 육개장 비슷했다. 선지를 안 먹는 이들은 선지를 빼달라고 하면 된다고 하는데, 우린 마다하지 않아 선지해장국 셋을 시켰다. 이번에도 막내가 함께 갔는데, 선지를 안 먹어봐 싫다고 하면 내가 먹을 참이었는데, 맛 보더니 좋단다.^^
양지와 갈비댓살을 찢은 고기가 여러 점 들어 있는데, 국물에 깊은맛을 우러나게 했다. 듬뿍 들어간 대파는 감칠맛을 더해 주었다. 흠 잡을 데 없는 국물맛이었다. 다진 마늘을 듬뿍 넣고 국물맛을 만끽한 다음 밥을 반쯤 넣고 국밥을 만들어 먹다가 나머지 반도 집어 넣었다. 양도 적지 않아 한그릇 훌훌 말아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해진다. 제 값을 충분히 했다. 포장도 해 주는데, 걸신처럼 아예 들통을 들고 와 포장해 가는 손님들도 있다고 한다.
미닫이 방문의 이 빠진 격자 창이 시골 시장식당 분위기를 제대로 냈고, 주인 할머니가 앉아 계신 계산대 옆 구식 다이얼 전화기와 낡은 돋보기 그리고 위만 뜯어 돈통 삼았을 것 같은 박카스 상자가 이 집의 또 다른 연륜을 보여주었다. 전좌석이 합석이란 안내문도 볼 수 있는데, 시골시장에서 맛있는 국밥을 먹으려면 이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겠다 싶었다.
국밥이나 해장국 마니아들 사이에 소문난 집으로 줄 서서 먹는 집인데, 10시 반쯤 가니 여유가 있었다. 주인 할머니가 고기를 뜯거나 써는 장면도 볼 수 있다는데 타이밍이 안 맞았고, 제대로 단맛이 나는 대파 줄기들이 가게 앞에서 펄펄 끓고 있는 큰 솥에 곧 투하될 준비를 마치고 대기중이었다. 역시 명불허전, 일부러 가볼 만한 맛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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