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껏 덜어가세요
Posted 2010. 10. 1. 10:48,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요즘 난데없이 김치가 화제다. 올여름 날씨가 예년 같지 않았던 데다 추석 연휴 첫날 아무도 예상 못했던 큰비가 난리를 부리는 바람에 농작물 수급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배추와 무우 값 오른 정도가 말도 안 되는 폭등 수준이라 위기감까지 느껴지는 분위기다. 우유나 라면 같은 대표적인 장바구니 물가가 오를 때도 박탈감이 심했던 서민들에게 일상의 기본 찬거리인 김치 주재료들의 가격 폭등은 퍽퍽한 인생살이의 고단한 한숨을 쉬게 만든다.
식구들 모두 김치를 그리 찾지 않는 식성이라 피부로 느끼는 체감온도가 남보다 덜하긴 해도 워낙 이슈가 되는 터라 김치를 맘놓고 먹게 하는 식당을 만나면 맛은 둘째고 일단 반갑기 그지 없다.
계원대학 교직원식당의 급식대에 놓인 김치는 요즘 단연 눈에 띄는 메뉴가 되었다. 그 전엔 대충 두어 개 집고 다른 반찬 뭐 있나가 관심사였는데, 요즘은 김치가 어엿한 주요 메뉴가 된 것 같다. 오죽하면 어제 나도 평소의 배 수준인 네 개를 집었으니까.^^ 등산객 아주머니들은 한접시들 담아 드신다. 김치를 양껏 집어가게 하는 이 기분좋은 인심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식당을 이용하는 직원들과 나같은 등산객들은 3천원짜리 점심을 먹으면서 잠시나마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식당 김치가 중국산 배추를 쓸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먹는 것 갖고 장난만 안 친다면 사실 원산지가 무어 대수랴 싶다. 기분 같아서야 신토불이를 외치고 싶지만, 삼겹살도 태반이 벨기에산에 네덜란드산이고, 생선도 이미 페루를 비롯한 족보없는 원양어종이 대종을 이루지 않던가. 그것도 비싸서 자주 구경하지 못하게 된 지 오래됐다. 그러고보니 내 입맛도 그리 고급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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