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라는 게 이런 거였군
Posted 2010. 10. 3. 08:25,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QTzine 11월호에 실릴 글이다. 지난달에 소개한 <유기적 공동체>에 이어 교회론과 관련된 책을 몇 번 더 다룰 생각이다. 내가 쓰는 책소개는 인상비평스타일에 가까워 주변부 얘길 하느라 내용은 깊이 다루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데,독자들이 책에 흥미를 느끼게 하려면 이런 서론적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는생각에서다. 그러다보니 서평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책소개에 그칠 때가 많다.
Young2080에서 개설하는 훈련 프로그램 가운데 SLTC 8주 과정이 있다. 소그룹리더훈련과정인데, 8주 동안 소그룹 리더에게 요구되는 8개의 주제 강의를 들으면서 소양을 높이고, 소그룹 인도법 실습을 통해 실무 능력을 익히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그 가운데 6주차 주제가 ‘소그룹 Body Life’이고, 한동안 내가 이 강의를 했다. 5년 전에 처음 커리큘럼을 짤 때만 해도 Body Life란 개념이 다소 생소했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역시 몸과 지체의식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소그룹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Body Life를 성경에 나오는 다른 말로 바꾸면 ‘서로 사랑하라’(Love one another)쯤 될 것이다. 예수님이 공생애 마지막 주간에 제자들에게 주신 새 계명이다(요 13:34-35). 너무나 평범하고 그래서 익숙해 보이지만, 실제로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의외로 잘 지키기 어려운 명령 가운데 하나이다. 대충 흉내만 내거나 기분 좋을 때 몰아서 왕창 하곤 곧 잊어버리기가 일쑤다.
일반적으로 하나님과의 관계는 중시하고 강조하지만, 동료 신자들과의 관계에 대해선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고 허술하게 생각하는 우리네 풍토에서 ‘서로 ○○하라’는 명령은 자칫하면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기 쉽다. 하지만, 정말 놀랍게도 예수님과 사도들의 가르침은 약속이나 한 듯이 거의 대부분이 ‘서로 ○○하라’이다.
혼자 골방에서 기도하는 것 못지않게 교회 공동체에서 성질을 죽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고 ‘서로’ 돌아보면서 ‘함께’ 자라가야 하는 몸의 원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신약성경의 핵심 포인트이며, 교회론의 요체이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가르침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많은 경우 식상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상호명령’(mutuality command) 관점에서 청년들의 신앙생활을 지도하면서 훈련하는 지도자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신앙생활이 별로 재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제랄드 싯처(Gerald Sittser)가 이 뻔해 보이고, 별 새로울 것 없어 보이는 주제를 갖고 멋진 책을 썼다. 같은 출판사에서 <하나님의 뜻>, <하나님이 기도에 침묵하실 때>를 낸 저자는 사실 음주운전자가 낸 사고로 어머니와 아내와 딸을 잃고, 남은 세 남매를 키우면서 교회와 친구들을 통해 예수님이 주신 이 상호명령의 위력을 톡톡히 경험한 바 있다.
이쯤에서 잠시 ‘서로 ○○하라’에 꼽을 만한 답을 정리해 보자. 서로 사랑하라 외에 몇 개가 생각나는가. 물론 답을 많이 안다고 그만큼 행하고 있는 건 아닐 것이다. 한두 개만이라도 제대로 실생활에서, 대인관계에서 살려낼 수 있다면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의 Body Life는 얼마나 따듯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일까.
만약 당신의 신앙생활이 뭔가 자꾸 꼬이거나, 별로 동기유발이 잘 안 되거나, 자꾸 힘이 떨어지는 것 같다면 수동적으로나 소극적으로 보호와 돌봄을 받으려고만 하기에 앞서 상호명령에 얼마나 충실해 왔는지를 점검하는 것도 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저자는 수십 개가 넘는 상호명령 가운데 12개를 골라 독자들로 하여금 이런 삶을 살도록 도전하고, 격려한다.
● 서로 사랑하라 ● 서로 반가이 맞아들이라 ● 서로 복종하라 ● 서로 참고 용납하라 ● 서로 용서하라 ● 서로 고백하며 서로를 위하여 기도하라 ● 서로 섬기라 ● 서로 격려하라 ● 서로 위로하라 ● 서로 짐을 지라 ● 서로 독려하라 ● 서로 권면하라
이 책을 자신 있게 추천하는 이유 둘:
1. 번역서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다. 우리 독자들의 정서를 이해하면서 부드럽고 세심하게 옮긴 역자(최종훈)에게 우리는 사랑의 빚을 지게 되었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읽힌다.
2. 권말에는 한 주제씩 읽으면서 소그룹에서 구체적으로 생각과 삶을 나눌 수 있도록 <함께 생각해보기> 질문들이 제공된다. 각 과별로 실제적인 질문 대여섯 개씩이 나오는데, 센스 있는 지도자라면 이 질문들로 3개월간 소그룹 성경공부를 하게 하고, 자신은 내용을 요약하고 요점을 짚어 주는 설교를 준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책도 읽게 하고,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주제니까 토론도 잘될 것이고, 자연히 설교도 집중해 들을 것이다. 일석삼조다. Young2080에서는 이런 사역방식을 원 큐 사역(One Cue Ministry)이라 부르고, <젊은이를 깨운다> 세미나에서 초보 사역자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원제는 Love One Another: Becoming the Church Jesus Longs F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