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아 훠궈
Posted 2018. 2.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설명절 첫날 청계산 기슭 대왕저수지에 있는 생선구이집에 갔는데 아뿔사, 이틀간 휴업이라기에 근처에 있는 훠궈집엘 들어갔다. 외관만큼 실내도 깔끔했는데, 우리나라에 처음 훠궈를 도입한 집으로 홍대와 대학로 등에 지점이 있는 불이아(弗二我, 둘도 없는 우리란 뜻)라는 재밌는 이름의 식당이었다. 훠궈(火鍋, Hot Pot)는 문자 그대로 끓는 냄비에 야채와 고기를 넣어 데쳐 먹는 요리로 본산지 중국은 안 가 봤지만 대만에서 몇 번 푸짐하고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땅콩과 간장 베이스의 기본 쏘스와 짜샤이(榨菜, zhàcài)와 짭쪼름한 땅콩이 먼저 나왔는데, 대여섯 종류의 쏘스 코너가 따로 있어 취향껏 셀프로 리필할 수 있어 짜샤이는 한 번 더, 땅콩은 두 번 더 갖다 먹었다. g도 훠궈를 먹어본 적 있고 좋아한다며 고수까지 가져오는 내공을 발휘하면서 초딩 입맛 동생에겐 칠리 쏘스를 갖다 주기도 했다.
인덕션 위로 백탕과 홍탕을 반씩 담은 냄비가 올려졌는데, 중앙엔 이 집 특유의 약재 향이 홍탕 쪽으로 흘러나가게 돼 있었다. 백탕은 진한 사골맛이고, 홍탕은 중국 음식 특유의 오향이 느껴지면서 알싸한 맛이 났다. 식당 이름을 패러디하자면, 매콤한 맛에 불이야를 연발해야 했다.^^ 백탕은 조금 담백했으면 좋았을 것 같고, 홍탕은 아예 한국식으로 김치를 넣거나 고추장을 베이스로 하면 더 좋았겠다 싶었는데, 입맛에 따라 호불호가 좀 있겠다 싶었다.
양고기와 쇠고기를 2인분씩 시켰는데, 야채와 버섯류가 푸짐하게 나와 눈과 입을 즐겁게 해 주었다. 사이드에 놓인 거치대에 동(얼린)두부와 단호박, 고구마와 감자에 무 조각이 나왔고, 두꺼운 중국 당면과 수제비를 넣어 푸짐한 한끼를 만끽할 수 있었다. 디저트로 팥빙수까지 나와 플랜 A였던 생선구이보다 만족스런 식사가 됐다. 설연휴인데도 평일 점심 할인(만8천원)을 적용해 주는 친절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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