꿋꿋한 괭이밥
Posted 2019. 4.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지난주에 겨우내 거실에 들여놓았던 화초들을 베란다에 내놓았다. 화초가 아주 잘 자라는 편이 아닌 우리집엔 가끔 빈 화분이 생겨 베란다에 놔 두는데, 그 중 하나에 한겨울을 지내면서 괭이밥이 자라기 시작하더니 겨울 끝자락부터 풍성하다 못해 화분에 흘러 넘칠 정도로 무성해졌다. 추위를 견디고 이기면서 거실에 들여놓았던 화초들보다 더 잘 자란 게 얼핏 보면 잡초인 줄 모를 정도이다.
괭이밥도 잡초여서 그냥 생겨난 건 아닐 테고, 바람결에 흘러왔거나 화초들 사이에서 슬쩍 건너 간 모양이다. 다른 화초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엔 보일락 말락 하다가 손톱만한 게 삐죽 소아나더니 그 다음부턴 제 세상을 만난듯 활짝 피어나면서 커다란 화분 전체를 뒤덮기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무시할 수 없는 생명력이다. 아니, 오히려 웬만한 화초들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왕성하고 질긴 생명력이라고 봐야 한다.
좀 더 자라면 다소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고, 봄을 맞아 다른 화초를 옮겨 심을지도 몰라 두세 주 지나면 뽑힐 운명에 처하겠지만, 그때까진 꿋꿋하게 우리집 베란다의 한쪽을 빛내주려나 보다. 어차피 뽑아내도 다시 다른 화분 어느 구석에선가 고개를 기웃거리면서 자라나는 특유의 왕성한 생명력을 과시할 것 같은데, 가녀린 봄꽃들이나 새싹들과는 또 다른 봄을 노래하는 것 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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