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편한 자세로
Posted 2019. 4. 2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동네산에 다니다 보면 반나절 정도에 걸쳐 산을 오르거나 내려오는 이들을 보게 되는데,
개중에는 시간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등산의 피로와 고단함을 이런저런 휴식을 취하면서
푸는 이들도 있다. 이들 대부분은 쉼터를 비롯해 산중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는 벤치나 바위
같은 데 앉아서 물을 마시거나 잠시 호흡을 고른 후 이내 일어서지만, 개중에는 아예 자리를
깔고 편하게 누워 잠을 청하는 이들도 왕왕 보인다.
검단산 유길준 묘역 지나 옛 약수터로 가는 둘레길에선 나무 양쪽에 해먹을 고정시킨 후
공중부양해 세상 편한 자세로 본격적인 잠을 청하고 있는 등산객을 볼 수 있었다. 배낭과 스틱은
옆에 걸쳐 놓고, 등산화까지 벗은 다음 수건과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곤한 잠에 빠져 있었다. 높이 들린 다리가 저릴 법도 하지만, 이쯤 되면 이이에겐
등산보다 오수(午睡)를 취하는 게 이 날 산행의 제일 목적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검단산 등산로는 크게 세 방향에서 합류해 주말이면 정상 여기저기서 산 아래로 펼쳐지는
주변 경치 구경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러다 보니 정상 바로 아래 평평한 곳도 빈 자리가 별로
없이 차는 경우가 많다. 아마 남녀 일행인듯 준비해 온 신문지를 여러 장 펼쳐 깐 다음 앉아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이들 가운데 아예 누워서 신문지를 덮고 잠을 청하는 이가 보였다.
신문지가 햇볕을 완전히 가릴 수는 없겠지만, 이 또한 세상 편한 오수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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