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통 위의 까치
Posted 2020. 6. 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얼마 전부터 창가에 까치가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전에도 종종 날아다니곤 했으니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언제부터인지 베란다 창틀 작은 화분 놓는 곳에 잠시 앉았다 가면서 깍깍대는 소리를 크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신기해하면서 지켜보다가 사진 찍으러 살금살금 다가가면 까칠하게 후다닥 날아가길 반복했다. 그저 잠시 방문한 자신을 반겨만 주고, 방해하지 말라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날 까치 소리가 들리길래 창밖을 보니, 이번엔 우리집이 아니라 옆동 연통에 앉아 있었다. 소파에선 10미터, 베란다 창가에선 5미터 정도 거리인데, 드디어 녀석이 사진 찍는 걸 허용하는구나 싶어 역시 살금살금 베란다 창문과 방충망을 열고 지켜보면서 녀석의 멋진 자태를 아이폰으로 몇 장 담았다.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를 몇 번 반복하더니만 이내 눈치를 챘는지 다시 푸드드득 날아갔다.
그러고 보니 내 방쪽으로 난 우리집 연통에도 날아와 앉아 깍깍대곤 하니 까치는 베란다 연통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아파트 보일러실과 연결된 연통은 옛날 집들마다 있던 굴뚝과 같으니, 세월은 변했어도 까치들은 그 옛날 굴뚝 위에 앉았던 습성을 기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굴뚝이나 연통이나 삐죽 튀어나와 앉기 좋고, 무엇보다도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은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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