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국수집 돌마리
Posted 2011. 8. 3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동네에 싸고 맛있어 생각나면 언제라도 쉽게 찾아갈 수 있고, 가까운 벗들을 데려갈 수 있는 음식점이 있다는 건 차라리 축복이다. 우리 동네에도 <무진장>이란 메밀홍합 짬뽕집이 있어 입이 즐거웠는데, 얼마 전에 그만 없어져 버렸다. 그 상실감이란!
토요일 저녁 남한산성 산책을 마치고 고골에서 메밀동치미국수를 먹고 싶었는데, 마침 차가 그 골목을 지나쳐 버려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무진장이 있던 집이 주인이 바뀌어 수리를 마치고 새로 문을 연 게 눈에 띄었다. 유턴해서 그 집에 들어갔다.
예상했던 것보다 내부는 화사하고 세련되게 변해 있었다. 전에 있었던 무진장은 음식맛은 있었지만 인테리어는 별로였는데, 이 집은 로고와는 잘 어울리지 않지만 그런대로 타이포그래피로 멋을 내 도회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게 오히려 음식맛은 없을지 모르겠단 기우가 생기게 한다.
바로 건너편에 우글거리는 바지락 칼국수집 황도가 있지만, 이상하게 거긴 잘 안 가게 되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인지 실내는 꽤 넓었는데, 아직 잘 안 알려져서인지 토요일 저녁 시간인데도 손님이 별로 없었다. 차고 비는 건 음식맛이 좌우하는 것으로, 맛이 관건이다.
메뉴판을 보면서 이 집 괜찮을지 모르겠단 느낌이 들었는데, 메뉴 하나 단촐하다. 국수와 만두 달랑 둘이다. 찬 국수와 뜨거운 국수니까 셋인 셈인다. 가격 무난하시고, 곱빼기는 천원 더 받는 정책도 괜찮다. 비빔국수 보통과 곱빼기를 하나씩 시켰다.
육수 따라 먹는 기계가 있는데, 셀프로 이용할 수 있었다. 육수를 따라와서 테이블에서 즐기도록 작은 주전자들이 여럿 준비돼 있는 게 보기 좋았다. 우린 테이블도 가깝고 해서 컵을 가져가 따라와 먹었는데, 오~홀! 이 육수맛, 진하기와 간이 지대루다. 전문용어로 대박이라고 하던가.^^
처음엔 내 컵에 따라온 육수맛을 보던 로즈매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둘이 합해 예닐곱 잔은 마셔준 것 같다. 다음엔 주전자에 따라와서 본격적으로 마셔주어야 할 것 같다. 그냥 마시기에도 좋고, 경북 영양 고추를 쓴다는 비빔국수의 은근한 매운맛을 중화 시키는 데도 적당했다.
주문하면 국수를 삶기 때문에 시간이 약간 결려 비빔국수가 나왔다. 주문 후 10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비주얼, 무난했다. 백김치와 양파를 고명으로 많이 얹은 게 특이했다. 비빔국수는 두 가지가 좋아야 한다. 첫째, 뭐니뭐니해도 면발, 국숫발이 좋아야 한다. 로즈마리 말로는 예술적으로 삶았단다.^^ 약간 쫀득기가 있는 게 살짝 씹는 맛이 있었다.
둘째, 얹어나오는 고명보다 비벼주는 양념이랄까 다대기가 특색 있어야 한다. 너무 매워도 안 되고, 너무 달아도 안 된다, 그래서 국수집마다 특제 양념비법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둘은 사실 그렇게 미세하고 까다로운 입맛은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괜찮다, 별로다 둘 중 하나를 찜하곤 하는데, 다행히 이 집 비빔장맛은 괜찮았다.
뜨끈이 국수는 잔치국수 맛이라는데 조만간 만두와 함께 맛볼 예정이다. 비빔국수만 놓고 보면 우리 둘 다 다시 갈 용의가 있고, 다른 사람들을 데려갈 마음도 있다.^^ 가격과 분위기, 맛 총점은 5점에 4.2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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