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모의 월남쌈
Posted 2011. 12. 3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
로토루아에서 해밀턴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폴모는 송별 만찬으로 집에서 월남쌈을 만들어 먹자고 했다. 이미 그 전날 아침 주방에서 부지런히 그리고 절도 있게^^ 손을 놀리는 폴모의 수고로 멋진 아침식사를 대접받은 바 있는 우리는 아무도 그 반가운 제안을 마다하지 않았다.^^ 월남쌈을 여러 번 만들어 본 로즈마리가 그거 손이 많이 갈 텐데, 하며 말꼬리를 흐리는 정도였다.
여행으로 조금 노곤하기도 하던 차에 번거롭게 해 먹기보다는 레스토랑을 가는 게 마땅했지만. 뭐, 손이 여럿이니 조금씩 분담해서 준비하면 될 것 같아 도두들 의기투합했다. 폴모 집에서 가까운 뉴월드 마트에서 재료도 사고, 겸사겸사 우리가 가겨 갈 물건 몇 가지도 쇼핑하는 시간을 가졌다.
역할이 정해졌다. 쉐프 폴모, 조수 마리아, 계란 지단용 게스트 쉐프 로즈마리. 나는 역할이 뭐였냐고? 음~ 나까지 주방에 얼쩡거리면 판이 너무 커져서 안 되겠기에^^, 조용히 방에 들어가서 짐을 쌌다. 한두 명은 이런 역할을 기꺼이 맡아주어야 되는 법이니까.ㅋㅋ
역시 폴모의 자세가 범상치 않다. 벌써 각이 딱 잡혀 있지 않은가! 폴모는 컴퓨터 전공자답게 머릿속으로 그려놓은 작업과정 매트릭스에 따라 단순하고 성실하고 진지하게 주방 작업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폴모의 유일한 흠은 재료를 너무 많이 사 왔다는 것 정도.^^ 남는 재료는 두었다 먹어도 되니까 사실 흠이랄 것도 없겠다.
계란 지단을 자르는 로즈마리에게 붙임성 좋은 마리아는 특유의 생글거리는 미소로 말을 건다. 마리아는 1박2일 여행에 동행해 우리를 심심치 않게 해 주었다. 대강 준비를 마친 폴모는 반대편으로 옮겨 파인애플 캔을 따고 있다. 표정들을 보니 셋 사이에 즐거운 대화가 오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제 고기만 구우면 바로 먹을 수 있다.
아보카도. 폴모는 능숙하게 아보카도 자르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세로로 반을 자르면 큰 씨가 드러나고, 껍질도 쉽게 벗길 수 있단다.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아보카도까지 들어가면 뭐, 맛은 따논 당상이다.
짜잔~ 폴모표 월남쌈이 드디어 완성돼 한 상 가득 차려졌다. 폴모는 파인애플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며 4캔이나 샀는데, 너무 많은 거 아니냐 하던 우리는 스스로들 무색하게도 다 먹어 치웠다.^^ 불고기에 레드 피망, 그린 피망, 게맛살, 계란 지단, 어린 새싹, 버섯, 아보카도, 파인애플, 토마토에 사과 그리고 바나나까지 10가지가 넘는 싱싱하고 맛나 보이는 재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월남쌈과 왕만두와 김밥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는가?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고, 끝없이 계속 들어간다는 것이다.^^ 우린 즐거운 여행 뒷담화를 나누며 거의 전광석화와 같은 빛의 속도로 마구 먹어댔다. 재료를 하나씩만 얹어도 불룩해지는 쌈은 한 입에 다 넣을 수 없어 반씩 먹어야 했지만, 라이스 페이퍼와 뜨거운 물은 몇 번이나 리필돼야 했다.
폴모는 쏘스에도 파인애플을 잔뜩 넣었는데, 슬라이스 된 캔과 달리 이렇게 쏘스용으로 쓰도록 잘게 다진 파인애플 캔도 팔아 따로 사 온 것이다. 칠리 쏘스와 굴 쏘스를 함께 섞으면 간단하면서도 맛난 폴모표 월남쌈 특제 쏘스가 완성된다. 집에서 먹을 때 로즈마리는 피시 쏘스나 땅콩 쏘스를 내는데, 폴모의 간단 쏘스는 단맛이 강한 게 묘하게 땡기는 맛이 있었다.
한 시간 넘게 거하게 먹은 다음엔 내 차례가 돌아왔다. 접시 닦기는 내 주특기 가운데 하나다.^^ 오클랜드의 해인도 퇴근하고 오라고 불렀는데, 식사 선약이 있어 밥은 함께 먹지 못하고 두 시간을 운전해 10시쯤 되어 왔다가 자정쯤 돌아갔다. 10시 비행기지만 해밀턴에서 오클랜드 공항까진 시간 반을 잡아야 해서 한 시쯤 살짝 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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