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woods 나무의 눈처럼
Posted 2012. 1. 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
작년 11월 말 뉴질랜드 코스타를 마치고 폴모와 여행하면서 로토루아(Rotorua)에 있는 레드우드 숲(Redwoods Track)을 거닐다가 초입에 있는 이 나무를 발견했다. 20미터를 훌쩍 넘는 훤칠한 키에 뿌리부터 중간까지는 나무 기둥만 곧게 뻗어 있고, 중간부터 촘촘하게 뻗어 있는 가지에 달린 빽빽한 이파리들로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 멋진 나무였다.
아마 경관을 위해 일부러 가지를 잘라준 것 같은데, 나무에 남아 있는 그 흔적이 마치 눈처럼 생겼다. 좀 더 상상하면 멋진 애니메이션 한 편 찍을 수 있겠지만, 이 나무에 생긴 눈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잠시 압도되었던 것 같다.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지금도 확실치 않은데, 아마도 두꺼운 나무 껍질 가운데 너무나 형형(炯炯)한 눈초리가 그 순간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같다.
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80 인생을 하루 24시간으로 환산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식 인생시계로 내 인생은 만 52년을 막 지나고 53년째 접어드니 오후 3시를 지나 4시에 가까워지는 어디쯤을 가리킬 것이다. 루틴한 일이 반복되면서 조금 나른하고. 약간 힘이 빠질 때이기도 하지만, 아직 퇴근 시간이 되려면 한참 남은 시간이기도 하다. 두어 시간이면 책을 읽어도 두어 챕터는 읽을 수 있고, 원고를 봐도 꽤 많이 볼 수 있고, 잘 하면 짧은 글을 한 편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와 만날 약속을 하고 차 한 잔 하면서 꽤 많은 대화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형형한 눈을 가진 이 나무를 시작으로 레드우드 숲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멋지고 놀라운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나무 하나 하나도 멋있고, 열주(列柱)를 이루고 있는 숲의 정경, 그리고 피톤치드(phytoncide)를 잔뜩 뿜어대는 숲길은 잠시 숨을 멈추게 할 만큼 장엄미까지 간직하고 있었다. 새롭게 펼쳐지는 한 해를 레드우드 숲을 거니는 느낌으로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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