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농구
Posted 2015. 12. 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계원대 후문 근처 수풀에 몇 달 전부터 농구대 몇 대가 서 있다. 모락산을 낀 산비탈에
산림 농구장을 만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파손되거나 못 쓰게 돼서 공터에 방치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투명한 백보드로 볼 때 최신제품은 아니어도 폐기처분할 만큼 낡지도 않아
왜 저리 두었을까 궁금했는데, 얼마 전에 다시 보면서 그 이유를 알아냈다.
운동장을 파헤치고 새 건물을 짓느라 몇 달 한가친 곳에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처음엔
그 존재를 미처 알아보지 못하다가 11월이 다 가는 늦가을에야 새삼 눈에 띄었는데, 폐허처럼
방치되던 공간에 농구 골대가 옮겨오면서 가만히 지켜보던 담쟁이들이 몸이 근질근질해졌는지
한 판 농구 경기를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담쟁이들의 농구는 골대 앞면만 사용하는 우리와는 조금 룰이 달라 보였는데, 골대 뒷면을
통한 공격도 허용하는 모양이었다. 이러면 점수는 어떻게 내나 궁금했는데, 이들도 역시 농구는
아무리 드리볼이 현란하고 패스를 잘해도 결국 바스켓 그물을 통과해야지만 점수가 난다는
농구 기본 룰은 숙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거의 덩크슛을 한 것처럼 골망 안으로 슛을 내리꼳은
다음엔, 골 장면을 초저속 슬라이드 화면으로 느리게 재생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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