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길 몽양기념관
Posted 2013. 5. 9.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양수역-신원역-국수역에 이르는 양평 물소리길 1코스를 유유히 걷다 보면 2/3쯤 되는 지점에 있는 신원역 조금 못 미쳐 멋진 현대식 기념관 하나가 서 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입장료 천원과 2-30분 시간을 내면 20세기 전반기 격동의 한국 현대사 한 장면으로 들어갔다 올 수 있다.
이 동네에 이런 게 있는 줄 모르고 걷다가 눈에 띄어 무심코 들어가게 된 몽양기념관은 개관한 지 1년 반밖에 안 된 신축 건물이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탓도 있지만, 몽양은 현대사에서 가리거나 덧씌워진 잘못된 이미지로 격하된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하나다. 그저 해방전후의 풍운아 정도로 과소평가되면서 역사 속 한 장면, 한 줄 정도로 푸대접 받아 왔다.
여운형(夢陽 呂運亨, 1886-1947) 선생의 생가 위에 세워진 기념관은 일제침략기와 해방 정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했던 선생의 발자취를 한 눈에 느끼게 만드는 연보를 중심으로 단출하게 구성되어 있다. 유품도 1947년 7월 혜화동 로타리에서 피격된 후 장례식에 쓰인 만장들 정도밖에 없는데, 이는 해방 정국에서 지도자 여론조사를 하면 이승만, 김구를 제치고 당당히 1위에 꼽혔던 선생이 차지했던 비중이나 위상으로 볼 땐 턱없이 미흡한 편이다.
중도좌익에 섰던 선생은 공산주의자란 이미지가 덧씌워진 채 50년 넘게 베일에 가려 있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야 실질적인 복권이 됐다. 기념관을 둘러보노라면 기독교 전도사, 학교 교장, 신문사 사장, 독립운동가(두 차례 투옥), 신한청년당 당수, 건국준비위원회 위원장 등 다양한 활동을 했던 역동적인 선생의 역사적 비중을 새삼스레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 중앙엔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선생의 청동상이 있는데,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그 옆에 앉거나 서서 선생과 조우할 수 있었다. 물소리길의 개통으로 소풍 오거나 이 곳만 따로 찾는 이들에게 새삼 역사, 그 중에서도 우리 현대사를 새로, 다시 공부할 필요를 느끼게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생이 나오는 사진 속으로 들어가 선생과 찍은 사진을 프린트해 주는 크로마키 사진관도 흥미로운데, 우린 복장 미비로 그냥 찍기만 했다.^^
기념관 2층엔 선생의 생가를 복원해 놓았는데, 너무 깨끗해서 약간 을씨년스럽기도 하지만, 그 중 한 방에 선생이 앉아서 면도하는 등신상이 눈에 띄었다. 역사 속 인물들의 이런 자연스럽고 생생한 모습, 보기 좋다. 면도하는 선생의 형형한 눈빛이 살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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