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동네산책

가을에도 푸르스름하구니

iami59 2018. 11. 14. 00:00

단풍이 한창인 늦가을 산길에 취해 걷는데, 군데군데 물들지 않고 푸르스름한 기운을 띠고 있는 

숲길이 보인다. 11월인데 순간 5월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세히 보면 연두와 초록만 있는 건 아니고, 

살짝 노랑과 갈색으로 물든 잎들이 언뜻언뜻 보였는데, 전체적으로 푸른 기운을 내고 있었다. 마냥 

푸르기만 하고 약동하는 느낌이 강했던 봄 여름에 이곳을 지날 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뭐랄까, 초록은 초록이지만 젊은 초록이 아니라 중후한 푸르름이라고나 할까. 


아마도 전 날 내린 가을비로 우중충한 것들이 떨어지거나 씻기고, 한낮의 밝고 맑은 햇살이 

이런 분위기를 연출한 게 아닌가 싶은데, 말로 잘 표현되지 않는 약간의 아스라한 신비한 느낌마저 

들었다. 깊은 산속도 아니고, 아주 울창한 숲길이 아닌데도 이런 느낌이 든 것은, 한동안 단풍 타령에 

정신이 팔렸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눈이 다 시원해지고 마음까지 샤워를 하는 느낌을 주었는데, 

단풍이 가을색을 대표하긴 해도 군데군데 숨어 있던 이런 풍경이 늦가을을 빛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