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잡동사니

노려보는 녀석들

iami59 2020. 3. 31. 00:00

9호선 열차를 기다리며 서성거리는데 벽면 모니터에 유명인사도 아닌 내 모습이 담겼다.

발을 옮기면 출연했다가 사라지기를 거듭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천장에 달린 cctv가 실시간으로

찍는 화면을 친절하게도 대기 승객들에게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아래는 소화기와 안전구역

팻말을 단 빨간색 전화기, 가 아니라 흰색, 도 아닌^^ 자리였다. 원래는 은밀하게 찍는

cctv를 공공장소이니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찍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동네 산곡천 산책로에도 중간중간 ccty가 몇 개 설치돼 있고, 24시간 쉼없이 돌아간다.

화사하게 피어나기 시작한 벚꽃 터널을 지나던 상춘객들이 어느 순간 이 친구의 존재를

알아차리면서 잠시 멈칫거리다가, 이내 별일 아닌듯 다시 벚꽃 구경이나 산책 걸음을 재개한다.

전에는, 그리고 목적상 안 보이는 곳에 은밀하게 설치됐을 법한 물건이 때로는 이렇게 눈에

띄는 자리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제 할 일을 한다.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