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종일산행

추사 유배지 기념관

iami59 2025. 4. 26. 00:00

화요일은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안개가 짙은 궂은 날씨였지만, 제주 사람들이 '고사리 장마'라 부르는 것처럼 아주 큰 비는 아니었다. 비가 올 때를 대비해 JP는 실내에서 보낼 수 있는 몇 군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추사 김정희 기념관이었다. 생가는 충남 예산이고, 제주는 선생의 유배지였다. 
 
그러려니 하고 갔는데, 단순해 보이고 콘크리트가 많이 쓰인 기념관 건물 생김새가 낯이 익었다. 건축가 승효상 선생의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꾸밈이 별로 없는 단순한 설계였는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부터 약간 가파르고 사선 처리를 한 게 유배지에서 보냈을 선생의 심기를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선생은 추사라는 알려진 호 외에 완당이란 호도 있었는데, 선생의 글씨들엔 완당이 많이 쓰였다. 현판, 서신 등에 쓰인 기품이 넘치는 글씨는 힘이 있었고, 매이지 않고 쓰는 획과 구성에선 자유로움과 힘이 느껴졌다. 기념관 2층은 어두운 분위기로 선생의 흉상이 있고, 반대편엔 선생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제주현관 간판 <판전>이 결려 있고, 그 위로 크지 않은 원형 창은 빛이 들어오게 만들었다. 브루탈리즘까진 아니어도 건축가의 철학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