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raveling/Oisii Japan
교토 아침 산책
iami59
2025. 6. 24. 07:42
여행지에 도착한 날은 공항, 숙소, 교통편 등 신경 쓸 게 많아 피곤하고 어리버리 보내게 마련이다. 첫날 일정을 마치고 누우면 피곤이 몰려드는데, 단잠을 자고 일찍 눈이 떠져 산책길에 나섰다. 교토의 아침 골목은 출근과 산보에 나선 몇몇 사람만 지날 뿐 고요했다. 아파트 단지에 살다가 이런 주택가 골목을 만나면 일단 머리 위를 지나는 전선들이 반겨준다.
교토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걸음 '보'(步) 자를 디자인한 안내판을 만나는데, 정방형에 컬러풀하게 미소를 형상화해 정겹게 다가온다. 차도 다니지만, 이 길의 기본 용도는 걷는 데 있다는 걸 강조하는 것 같아 보행자로서 기분이 좋아진다. 일방통행으로 차 한 대가 지나가는 길을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걷다 보면 이것저것 볼 게 많을 거란 걸 기대하게 한다.
경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주차공간에 쏙 들어가 있는 일본차 특유의 각진 흰색 차 옆으론 화분 십여 개가 놓여 있다. 그러고 보니, 화분을 안 내놓은 집이 별로 없다. 좁은 공간을 알차게 활용하는 축소 지향의 민족성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틀 새벽을 하루는 큰 길로 지리를 익히고, 다음날은 안 지나간 골목길을 걸으며 더워지기 전의 아침 공기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