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지 자 동네산행
코스 내내 완만한 둘레길이 아니라 제법 길고 꼬불꼬불한 오르막 경사가 있게 마련인 웬만한
산길은 늘 어렵다. 얼마 못 가서 헉헉거리게 만들고,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지그재그 갈 지(之) 자
오르막길이 연속 이어지면 도대체 언제 끝나나, 이쯤에서 그냥 내려갈까로 늘 고민이다. 전성기에
비해 확실히 걸음이 느려진 게 느껴지는 요즘은 임시방편 타협책으로 중간중간 여러 번 쉬다
올라가는데, 숨 좀 돌린 다음 다시 올라가길 반복하고 있다.
같은 오르막길이더라도 등산로가 잘 정비된 주등산로와 옛길 그대로 남아 있는 샛길은
오르내리는 기분이 달라진다. 호젓한 샛길은 찾는이도 그리 많지 않아 아무 때, 아무 곳에서나
되돌아 내려가도 아무렇지도 않지만, 등산이란 게 묘하게 자존심을 내세우게 만들기 때문에
허망하게 내려오는 법은 거의 없다. 이런 걸 보면 확실히 등산은 가오를 중시하는데,
뭐 이런 가오라면야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분명히 조금만 더 가면 능선이 나올 것이란 희망이 두어 번 꺾일 때쯤 드디어 저어기 하늘이
보이면서 능선에 다다를 때의 환희는 안 해 본 이들은 도통 짐작하기 어렵다. 쉼터나 전망대라도
나오면 기쁨은 배가된다. 잠시 털썩 주저앉아 쉰 다음에 다시 정상을 향해 걷기 시작하는데,
요즘엔 복병이 하나 더 생겼다. 하산길에 발바닥이 살살 아파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다. 발바닥이 쑤셔오는 건 적어도 대여섯 시간은 산길을 걸은 다음에야
훈장처럼 몰려오던 피로감이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두 시간 올라갈 때까진 별다른 신호가 없다가
내려오기 시작할 때부터 발바닥에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발바닥을 포함한 체력이 약해져서인지,
아니면 아직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6년 된 등산화(6/20/12)를 갈 때가 됐다는 신호인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 아이, 등산화 고르는 것도 일인데, 그것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