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동네산행

통나무와 잔나무의 쓰임새

iami59 2020. 6. 28. 00:00

검단산 헬기장에서 내려오다 보면 곱돌약수터로 내려가는 계단 옆으로 샛길이 나있다. 오래 전부터 있던 길로, 이정표 없이도 쉽게 다니도록 길이 잘 나있다. 샛길들 가운데는 자연보호를 위해 휴식년 개념으로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을 위 아래로 세워 놓기도 하는데, 이 길은 딱히 막아 세우는 표시 같은 게 없어 길만 알면 누구나 다닐 수 있는 등산로다. 정상에서 내려오다가 가끔 이 길로 접어들어 하산하곤 하는데, 아무래도 메인 등산로에 비해 호젓하고 여유로운 편이다. 


평범한 산길이라 이렇다 볼만한 건 없는데, 중간쯤에 길바닥에 통나무 두 개를 연이어 놓아 잠시 앉았다 갈 만한 데가 보인다. 내려오다 보면 통나무들만 보이는데, 올라오면서 보면 그걸 받치고 있는 잔나무들이 보인다. 잔나무라 했지만 땔감에나 쓸 아주 가느다란 잔챙이들은 아닌데, 그렇다고 독립된 역할을 하긴 어려워 보이는 나무들이 통나무의 받침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약간 경사진 데라 혼자서는 고정되기 힘들어 보이는 통나무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산동무들인 셈이다. 


요즘 웬만한 산엔 편안해 보이는 벤치들이 많이 있지만, 아무 꾸밈없고 이렇다 할 볼품은 없어도 없는 것보단 열 배는 나은 이런 풍경을 검단산에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위치와 모양은 조금 다르지만, 이 길을 걷다 보면 간편뚝딱 산의자(6/20/15) 같은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난히 내 눈에 자주 띄는지도 모르겠지만^^, 뜻밖의 장소에서 묵묵히 주어진 역할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이런 나무들을 보며 또 한 수 배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