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뚝딱 산의자
Posted 2015. 6. 2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두어 달만에 검단산을 찾았다. 작년 가을부턴 주말 남한산성 벌봉 다니는 재미에
다른 산을 잘 안 가게 돼 집앞에 두고도 한 달 한 번이 쉽지 않다. 유길준 묘소로 올라
곱돌약수터 방향으로 내려왔는데, 다른 때와는 달리 헬기장에서 샛길로 빠져들었다.
메인 등산로가 아닌데도 오래 전부터 나있는 산길인지라 다니는 이들이 제법 많다.
소나무가 울창했고, 늘 다니던 길이 아니어서 느낌이 새로웠다.
중간쯤에 5m가 넘어 보이는 길다란 통나무를 한쪽은 나무 둥걸 사이에 걸쳐 놓고,
다른쪽은 흙위로 드러난 나무 뿌리 사이에 살짝 얹어 의자를 만들어 놓은 게 보였다.
양쪽의 경사가 달라 쉽지 않았을 텐데, 누군지 몰라도 눈썰미가 대단해 보였다. 껍질은
벗기고 앉기 편하도록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어서 아랫쪽에서 올라오는 이들이 배낭
내려놓고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숨 돌리기에 딱이겠다 싶었다.
조금 더 가니 이번엔 나무 두 개로 기역 자 의자를 만들어 놓았는데, 이쪽 저쪽 앉아보니
흔들거리지 않는 게 역시 상당한 눈썰미의 소유자가 솜씨를 발휘한 것 같았다. 두세 개를
일자로 연속해서 놓아둔 곳도 보였는데, 이쯤 되면 거의 단체 관람석이라 불러도 되겠다.^^
이곳저곳 의자가 놓여 있다는 건 그만큼 경사가 있어 오르내리는 데 힘이 든다는 말인데,
큰돈 들이지 않은 간편뚝딱 의자들이 그 수고를 조금 덜어주고 있었다.
'I'm wandering > 동네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단산 나리꽃 (2) | 2015.08.01 |
---|---|
꺾인 나뭇가지와 벤치의 사랑법 (2) | 2015.06.30 |
산딸나무 단풍나무 꽃 (2) | 2015.06.10 |
영롱한 물방울 (2) | 2015.06.07 |
홍매실과 오디 (2) | 2015.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