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동네산책

누군가의 수고

iami59 2024. 9. 18. 00:00

추석 이른 아침, 마침 물이 떨어져 학유정 약수터(6/21/16)에 갔다 왔다. 명절이라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너댓 개의 수도 꼭지 중 하나만 비어 있었다, 물을 받는 동안 삼면으로 놓인 벤치를 닦고 계신 어른이 보였다. 그렇잖아도 늘 깨끗하게 닦여 있는 편이라 괸리하시는 분이 있나 보다 했는데, 근처 아파트에 사시는 할머니가 자원해 하시는 수고였다.

 

벤치를 닦은 손수건들을 빨기 위해 한 쪽에 내려놓으셨는데, 아마도 물 뜨러 온 이들이 가면 헹구실 것 같았다. 한두 마디 감사 인사를 드렸는데, 동네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겠냐며 겸연쩍어 하셨다. 아직 물 받는 이들이 있었는데, 할머니는 곧 바닥에 보이는 종이도 집으시는 등 쉬지 않으셨다.   

 

물 두 통을 받아 차에 싣고 출발하려는데, 이번엔 창틀을 닦는 모습이 보였다. 약수터를 당신 집처럼 생각하시는 분인 것 같은 할머니 덕에 기분 좋은 추석 아침을 맞았다. 물 받으러 와서 수도 꼭지 세게 틀어놓고 (자기 집에서 씻어와야 할) 물통과 물병을 요란하게 닦는 이들이 태반인데, 이렇게 남들을 위해 수고를 자처하시는 분들도 있다.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