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유정 약수터
Posted 2016. 6.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집앞이 산인 동네에 살다 보니 정수기를 설치하지 않고 동네 약수터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떠다 먹은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처음엔 샘물처럼 흐르는 약수터 앞에 길게 줄을 섰다가 떠오곤 했는데,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약수터 위치도 두어 번 바뀌고 물탱크도 설치되고, 수도 꼭지가 여럿 놓이고 지붕도 생기는 등 물 받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그 사이에 물통도 여러 번 바뀌어 지금은 12리터 짜리 두 통을 받는데, 그 정도면 마시는 물과 커피 내리는 물로 일주일을 쓸 수 있다.
검단산 아래 있어 차로 5분이면 가고 물맛도 좋아 아무 문제 없이 잘 이용하고 있었는데, 작년 연말부터 수질검사 표시에 부적합이란 X표가 걸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계속되는 가뭄으로 비상급수 시설을 보존하려는 건가 보다, 그 동안 동네 사람들이 즐겨 먹던 물이니 별 문제 있겠냐 하는 생각에 계속 떠 와서 먹었지만, 찜찜한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마침 집에서 10분 거리에 또 다른 약수터가 있다는 걸 알게 돼 한 달 전부터 약수터를 바꾸게 됐다.
덕풍골 위례둘레길 초입에 있는 학유정(鶴遊亭) 약수터인데, 이름 그대로 학이 놀던 곳에 작은 정자를 세워 약수터 이름이 됐다. 원래 약수터 자리였는데, 인근에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고 터널이 생기면서 약수터가 없어지게 되자 주민들이 민원을 넣어 지하 150m를 파서 파이프를 연결시켰다고 한다. 외관도 기와 지붕에 사방으로 셔시 창을 달아 쾌적해 보인다. 근처에 10여대를 세울 수 있는 맨땅 공터가 있어 거기에 차를 대고 물을 받으면 된다.
내부는 둥그렇게 수도 꼭지 8개가 달려 있고, 물 받는 자리도 깨끗하게 단장해 놨는데, 무엇보다 물이 콸콸 잘 나와서 편하다. 기다리는 동안이나 물을 받는 동안 잠시 앉아 쉴 수 있도록 벤치도 3면으로 둘러놓여 있어 물 인심 못지 않다.^^ 야트막한 동네산인 이성산 줄기라 물맛도 괜찮고, 수질검사 표시에 ○ 적합 도장이 찍혀 있는 게 새삼 반갑다. 바로 둘레길로 연결돼 산책하는 주민들이 많았고, 우리도 한 번 이쪽 방면 둘레길을 걸어봤는데, 완만하고 볼 게 제법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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