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ha 해변
Posted 2013. 1. 14.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11월 25일 코스타와 로토루아 여행을 마치고 주일 아침이 됐다. 목회자들은 여러 교회로 나눠 말씀을 전하러 갔고, 평신도 강사 몇은 저녁에 있을 교민 코스타까지 자유시간이다. 이럴 땐 반대로 목회자들이 모처럼 쉬면서 휴식을 취하고,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말씀을 전하는 것도 신선할 텐데, 교회 전통이나 격식이란 게 그렇지 않은가 보다.
Anyway, 해인과 폴모가 아침 일찍 데리러 와서는 한인교회에서 1부예배를 일찍 드리고, 그 다음부터는 폴모와 함께 보냈다. 예배가 끝난 아침 9시에 폴모가 한 시간 정도 운전해 데려간 곳은 오클랜드 서쪽의 피하 해변(Piha Beach)이었다.
산길을 통과해 오르내리는 드라이브 코스도 좋았는데 - 경찰 폴모가 베스트 드라이버라는 건 여러 번 말한 바 있다^^ - 영화 <피아노>의 촬영지로 알려진 곳이다. 넓은 검은 모래 백사장, 아니 흑사장(黑沙場)이 펼쳐지고, 중앙에 보이는 사자 바위(Lion Rock)는 2/3 지점까지 올라가게 돼 있는데, 아주 높거나 험하진 않아 당근 폴모와 올라갔다 내려왔다.
펭귄의 서식지이기도 하므로 환경 보전을 위해 함께 힘쓰자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따로 동물원을 안 가도 도심에서 가까운 바닷가에서 종종 펭귄을 볼 수 있는 이 동네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지 말라고 돼 있는데, 아마도 펭귄을 본 녀석들이 좋다고 겅중겅중 뛰어다니면서 놀래킬까봐 그러는 게 아닐까 싶다.
경치도 좋지만 서핑을 비롯해 물놀이하기 좋은 곳인데다 휴일 오전이기도 해서 가족 단위로, 유소년 스포츠 클럽 단위로 와서 준비운동과 훈련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해변은 정말 넓었는데, 흰 모래가 아니라 검은 모래라 그런지 낯선 곳에 왔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고 익숙한 느낌이 데자뷰인양 찾아왔다. 이런 해변이라면 나도 바다와 제법 친숙해졌을지 모르겠다.^^
바다 쪽으로부터 밀려 들어오는 파도가 여러 겹을 이루면서 볼거리를 제공했는데, 바로 앞에서 봐도 좋았겠지만, 우리처럼 사자 바위에 올라가 탁 트인 전망 포인트에서 내려다 보니 더 근사했다. 작년에 해인이도 로즈마리와 나를 위해 오클랜드의 숨은 명소들을 안내해 주었는데, 폴모도 제법 신경을 써서 멋진 곳을 고른 것 같았다.
눈앞에 펼쳐지는 이 바다는 태평양이 아니라 뉴질랜드와 호주 사이를 흐르는 태즈먼 해(Tasman Sea)다. 이런 아름다운 포말(泡沫)을 남아공 케이프타운 근처에서 본 기억이 났다. 가만히 서 있거나 앉아서 바라보기만 해도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를 곳이었다.
사자 바위를 오르려면 흑사장 사이로 흐르는 작은 개울을 건너야 하는데, 발을 적시지 않으려면 가장 폭이 좁은 곳을 골라 멀리뛰기를 시도해야 했다. 조금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다행히 신발을 적시진 않았다.^^
바다와 풍경이 주는 매력에 한 시간을 넘게 걷고 바위를 오르고 경치를 구경하다 보니, 아직 아침 식사를 안 하고 있었다는 신호가 왔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해안 관광지니 만큼 카페가 몇 집 보였는데, 폴모가 전에 가 봤던 곳이 있다며 작고 허름한 카페로 데려갔다. 바닷가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간단한 브런치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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