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그림들
Posted 2026. 10. 1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영화, 전시회, 공연
유영국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1층 계단을 올라가면, 2층 전시공간 두 개와 자료실이 나온다. 왼쪽 전시공간에선 옛날부터 천경자 상설전(12/10/15)이 열리고 있고, 오른쪽 전시공간에선 가나아트센터가 기증한 작품들 가운데 기술과 이미지를 주제로 한 민중화 느낌을 주는 흥미로운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그 중 신학철 작가의 1984년작 <시골길>은 이제 막 신작로를 깐듯한 시골길을 질주하는 빨간색 승용차에 탄 젊고 단란한 가족과 그 앞에서 곡괭이를 든 뒷짐을 하고 맨발에 흰 고무신을 신고 있는 시골 노인이 극적으로 대비된다. 붉은 노을이 지는 산 저 편 하늘은 왜 이리도 화려하게 물들고 있는지 근사하면서도 공허해 보이는 배경을 이루고 있다. 그림 앞에 서면 누구나 여러 가지 생각과 감회가 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이명복 작가의 1988년작 <식사>인데, 철거되고 있거나 그럴 운명인 산동네 서민/빈민들의 주택은 흑백톤으로, 그 앞에서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서 무지막지한 진수성찬을 받고 있는 외국인 부부가 역시 극적으로 대조되고 있다. 스테이크를 썰며 와인을 들이키기보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렸지만 손도 안 댈 것 같은 우리네 반찬들은 허기진 산동네 철거민들의 고혈의 댓가일지 모르며, 천민 자본주의의 상징퍼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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